지난해 8월5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신’이 부여했다는 ‘트리플에이’(AAA)에서 한 단계 강등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당시 막대한 국가부채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에스앤피(S&P)였다. 미국의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무디스와 피치는 여전히 미국에 최고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그만큼 에스앤피는 신용등급 부여에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14일 에스앤피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한 것도 그래서 의미가 더욱 크다. 에스앤피의 신용등급 상향은 무려 7년 만이다. 통상 신용등급 상향에 앞서 일종의 ‘예고편’인 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하는데, 이번엔 그것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양적완화 정책(QE3·비전통적 통화 팽창 정책) 소식과 겹치면서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경기 대응적 통화 및 재정 정책 여력을 키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건전성에 너무 집착하면 곤란한 상황에서, (신평사로부터) 재정이 건전하다는 것을 확인받았으니 재정을 좀더 쓸 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정부는 경기가 급랭하는 가운데서도 균형재정 목표를 중시하면서 재정 확대를 최소화해왔다. 대신 기금 여윳돈 활용 등 정부 스스로 ‘비전통적’ 방식이라고 부르는 재정 보조 수단을 활용해 경기 대응책을 펴왔다.
또한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완강히 버텨왔다. 신용등급이 상향조정했다고 해서 사실상 임기를 불과 석달 남겨둔 정부가 갑자기 재정확대 정책을 펼 가능성은 적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장 재정 기조를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신평사의 잇따른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은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차기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의 여력을 키웠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신용등급 상향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국공채 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것도 정부의 재정부담을 덜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에스앤피는 이날 수출입은행·주택공사·중소기업진흥공단·한국정책금융공사의 등급도 상향조정했다.
신용등급 상향으로 대외 리스크(위험) 요인이 크게 준 것도 정부로선 정책 여력이 커진 부분이다. 최종구 재정부 차관보는 “대외 불안 요인이 생길 때마다 ‘한국이 또다시 위기에 부닥칠지 모른다’는 시선이 줄어들면서, 대외 부문에 취약한 우리 나라에 더 높은 방화벽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정책으로 국내 통화 정책의 여력도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돈을 풀어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결국 국내 금융시장에도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자금 유입과 유출은 우리 경제의 변동성을 키우는 만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무조건 ‘호재’로만 볼 순 없다. 자칫 달러값의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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