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로 이란 무역결제 막히면 국내기업 피해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과의 무역 원화결제 계좌에서 위장거래를 통해 1조원가량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이 자금이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는 국내 정유업체 및 이란에 공산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ㅇ사의 대표 정아무개씨가 위장거래를 통해 돈을 빼돌렸다는 첩보를 최근 입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첩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씨 등에게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잘 아는 사람한테서 제보를 받았고 수사를 막 시작한 단계”라며 “정상적인 거래였는지 위장거래였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빠져나간 돈이 이란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요구로 이란과의 무역에 사용되는 원화결제 계좌가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대이란 무역거래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계좌를 통해 이란 쪽에 줄 원유 수입 대금으로 국내 중소기업 공산품의 이란 수출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계좌에는 5조원가량이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계좌 폐쇄로 수출 대금 결제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위장거래 문제로 대이란 무역거래 결제 계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봐야겠지만, 이번 위장거래 사건이 한국을 경유한 ‘돈세탁’ 사건으로 결론날 경우, 계좌 폐쇄 등 후속 조처가 따를 수 있다”며 “이 경우 한-이란 교역에 차질이 불가피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계좌가 막히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다른 방법이 없어 타격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란산 원유 수입이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란산 원유는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수입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계좌가 막힌다면 타격이 있겠지만, 지금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국내 중소업체 1700여곳이 이란과 거래했고, 수출입 규모는 14억달러였다.
이승준 김태규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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