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간부 ‘담합서류’ 유출 파문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발표한 담합사건 처리 관련 내부자료의 외부 밀반출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다, 혐의자로 지목된 공정위 중간간부가 그동안 끊임없이 유착 의혹이 제기된 대형 로펌(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어서 ‘경제 검찰’인 공정위 업무의 공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해당 공정위 중간간부가 밀반출 혐의를 부인하는데다, 민주당에서는 공정위가 4대강 입찰담합 늑장처리 관련 공익제보 사건을 변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자료 유출자로 지목되고 있는 손아무개 서기관은 지난해 가을 국무총리실로 파견된 뒤 사흘간의 추석연휴 기간을 이용해 새벽부터 심야까지 공공기록물을 대량으로 빼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손 서기관은 이 과정에서 문서보안장치(DRM)를 무단으로 해제하거나, 다른 직원의 행정서명인증서(GPKI)를 이용해 내부 통신망에 침입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공정위는 1년 가까이 이런 자료 유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에서 내부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의 관건은 손 서기관이 무슨 목적으로 자료를 빼냈느냐는 것이다. 반출된 자료는 공정위 조사를 받는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정보이다. 한 예로 담합 자진신고 접수 및 지위확인 대장의 경우 담합 혐의가 적발된 기업들 간에 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진신고 우선순위 적용을 받으면 수천억원 내지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의 50~100%를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정위 출신 간부들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뒤 사건정보를 미리 얻어내려고 공정위에 로비를 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변호사 자격증을 확보하고 있는 손 서기관이 곧 공정위를 그만두고 로펌으로 옮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은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 등이 이날 공정위를 방문해 4대강 입찰담합 지연처리와 관련한 공정위의 내부 제보자 색출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자리에서 공개됐다. 김기식 의원 쪽에서 공정위의 자료 반출 사건 공개를 추가 제보를 막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공정위는 “문건 유출 조사는 4대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기식 의원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다른 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공정위 직원들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색출작업은 말이 안 된다”며 “어떤 의도이든지 이번 제보와 관련된 조사행위는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수 위원장은 결국 “자료 반출자에 대한 반납 요구는 유지하되, 추가 감사는 10월23일 공정위에 대한 국정감사 때까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사자인 손 서기관은 “내부 자료를 개인용 외장하드에 저장한 것은 파견 가게 된 총리실에서의 업무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료 다운 과정에서 정보화담당관실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공정위가 나를 왜 도둑놈으로 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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