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부처협의’ 재경부 설명과 달리 제대로 안돼
초과지분 제재 방법도 논란
정부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 중 부칙이 법규정을 어긴 삼성 계열 금융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재정경제부가 법안마련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부처협의를 실질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협의가 제대로 이뤄진 것처럼 밝혀온 재경부의 설명과 달라, 국회 심의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금산법 부처협의 안됐다=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난 4일 당정협의에서 금산법 개정안의 부칙은 법이 처음 만들어진 1997년 이전에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없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이나 이후 추가 취득한 주식을 매각명령이나 의결권 제한 없이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고, 부처간 사전논의 없이 7월5일 국무회의에 제출된 개정안에 갑자기 포함됐다며 삼성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부처간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사전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공정위 간부는 “지난해 11월 처음 부처협의를 할 때 부칙은 아예 없었다”면서 “재경부가 부칙(총 6조)이 담긴 법 개정안을 올 5, 6월 공정위에 통보할 때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또 다른 간부는 “주요 법개정 내용은 신구 대조표를 만드는게 관례인데, 재경부는 핵심사안인 부칙내용을 대조표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칙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공정위도 실수를 한 셈이지만, 재경부가 핵심쟁점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질적 부처협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공정위는 재벌 금융사가 고객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 취지에 따라 부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제재 소급입법 아니다=공정위는 또 재벌 금융사가 금감위 승인 없이 5% 이상 취득한 계열사 지분에 대해, 취득시점이 법개정 이후이면 매각명령을 내리고, 법개정 이전이면 위헌소지를 막기 위해 의결권 제한만 하자는 금산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다.
공정위 간부는 “지난 97년 출자총액제한제를 도입했을 때도 한도초과지분에 대해 일정 유예기간을 주고 처분하도록 했고, 대법원도 이 경우는 ‘부진정소급효력’으로서 위헌소지가 없다는 견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간부는 “법안결정은 어차피 국회에서 하는 것”이라며 “만일 부당하다면 국회에서 부결하거나 수정하면 될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권태호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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