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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장 딸들 손 떼도…‘재벌 빵집’ 영업은 계속된다

등록 2012-10-11 21:01수정 2012-10-11 23:17

롯데브랑제리가 운영하는 빵집인 보네스뻬(왼쪽)와 신세계에스브이엔(SVN)이 운영하는 빵집인 밀크앤허니가 11일 각각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서울 시내 매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롯데브랑제리가 운영하는 빵집인 보네스뻬(왼쪽)와 신세계에스브이엔(SVN)이 운영하는 빵집인 밀크앤허니가 11일 각각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서울 시내 매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롯데브랑제리·신세계SVN 등
‘백화점·마트’ 자사 유통망 이용
전국 100여곳 운영 ‘내부 거래’
“서민업종서 탐욕 지나쳐” 비판
‘재벌가 딸들은 빵 장사에서 손 떼도 재벌 빵집은 계속된다.’

지난 7일 현대백화점그룹이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롯데와 신세계 등 다른 유통 재벌들의 제빵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벌 빵집 문제는 올해 초 재벌가 딸들이 개인 지분으로 베이커리 업체를 운영해 온 사실이 ‘국민 정서’를 자극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급기야 지난 1월25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겠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결국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장녀)이 고급 베이커리 체인 ‘아티제’의 지분을 넘겼고, 정성이 이노션 고문(정몽구 현대차 회장 장녀)도 베이커리 ‘오젠’의 문을 닫았다.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씨도 자신이 설립한 ‘포숑’을 매일유업 등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재벌 빵집’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론의 촉수를 민감하게 건드린 재벌가 딸들의 빵집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매출 규모나 서민 상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큰 재벌의 제빵 계열사는 건재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 1월 장선윤씨가 운영하던 포숑의 철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정책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국민 여론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가 제빵 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롯데는 포숑과는 별개로 롯데브랑제리를 통해 제빵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롯데브랑제리는 롯데쇼핑이 지분 90.54%를 가지고 있는 그룹 계열사로, 롯데마트·롯데백화점·롯데슈퍼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 점포에 입점하는 형식으로 13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브랑제리의 매출 906억원 가운데 롯데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544억원으로 60%에 달했다.

유통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제빵 사업을 키우고, 유통사들은 점포 내 베이커리 브랜드를 활용해 고객 유인 효과를 누리는 ‘내부거래’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로드숍(길거리 매장)도 적극적으로 늘려 10개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백화점에 고작 7개 매장을 운영하는 포숑 매각으로 생색을 내면서, 매장이 20배나 많은 롯데브랑제리에 쏠릴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을 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도 신세계 에스브이엔(SVN)이라는 제빵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1996년 이마트 분당점에서 1호점을 열었고, 현재는 이마트에 135개(데이앤데이 111개, 밀크앤허니 24개), 신세계백화점에 9개(달로와요) 등 모두 144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256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롯데브랑제리와 마찬가지로 자사 유통 계열사의 점포망을 통해 손쉽게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엔 신세계 유통계열사들이 신세계 에스브이엔에 대해 판매 수수료 책정이나 임대 과정에서 부당지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신세계 에스브이엔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해, 조선호텔(45%)에 이어 2대 주주다. 신세계는 재벌가 딸들의 빵 장사 논란 때도 정 부사장의 지분 철수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앞두고 결국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설사 정 부사장이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이 여전히 최대주주여서, 재벌 빵집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통 대기업인 홈플러스도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인 아티제블랑제리를 전국 130개 점포에 들여놓아 제빵 사업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할 출점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초토화한 유통재벌들이 자사의 유통채널을 활용해 빵 장사까지 하는 데 대해 지나친 탐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골목 곳곳을 장악한 파리바게뜨(에스피시그룹)와 뚜레쥬르(씨제이그룹)에 비해선 동네 빵집에 끼치는 타격이 크지 않다고는 해도, 대기업이 격에 많지 않게 서민 업종으로 돈을 버는 데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에대해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 재벌들은 과도한 비판이라고 항변한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브랑제리는 골목상권을 침해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유통업의 특성상 구색 상품의 하나로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사업 시작 이후 손실이 누적돼 현재 자본잠식 상태일 정도로 수익성도 좋지 않은데 빵으로 돈 번다는 비판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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