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급되는 중대형 아파트는 크기와 인테리어만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실속있는 공간 설계와 입주자 편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대구 복현 푸르지오’의 주방 수납창고. 대우건설 제공
금융위기 뒤 수요 줄어 ‘찬밥신세’
건설사들 뜨거운 아이디어 경쟁중
‘1인가구 임대’ 세대구분형 설계에
확장형 발코니·각종 수납창고까지
건설사들 뜨거운 아이디어 경쟁중
‘1인가구 임대’ 세대구분형 설계에
확장형 발코니·각종 수납창고까지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격 하락과 함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중대형 아파트가 혁신적인 공간 변신을 꾀하면서 분양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건설사들마다 실내디자인 차별화와 실용 공간 극대화에 나서고 분양가는 낮추는 등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뜨거워지는 추세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중대형 아파트의 이런 ‘착한 변신’이 수요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결실도 맺고 있다.
■ 실속형 평면·설계 잇따라 신동아건설이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최근 선보인 ‘봉담 신동아 파밀리에’는 대형 가구를 ‘세대 구분형’ 평면으로 설계했다. 전용면적 125㎡형(80가구) 평면에 분리된 출입문과 함께 욕실이 딸린 방을 만들어 1인가구가 임대로 거주할 수 있는 ‘1가구 2세대형 평면’을 꾸몄다. 또 101㎡(160가구)의 경우 가변형 벽체를 통한 ‘알파룸’을 제공해 주부들이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집주인이 쓰지 않는 공간은 임대를 놓을 수 있도록 해 대형 아파트의 관리비와 유지비용 등을 임대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다”며 “사실상 2가구지만 다주택자에 해당되지 않아 각종 세금이나 청약에서 불이익도 없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나 고급 타운하우스 등에 주로 쓰였던 복층형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대원이 다음달 동탄2새도시에 내놓는 ‘대원칸타빌’은 최상층 120㎡형 13가구를 복층으로 설계했다. 2개 층에 공간을 배치해 단층구조의 대형 아파트보다 채광과 조망권이 좋다.
층고를 높이고 공간을 기능적으로 배치해 실용성을 높인 곳도 있다. 롯데건설이 동탄2새도시에서 분양 예정인 ‘동탄 롯데캐슬 알바트로스’(101~241㎡)는 1층과 펜트하우스의 천장 높이를 다른 가구보다 20㎝ 높였다. 122㎡형은 발코니를 확장해 가족들의 취미 공간이나 기능성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삼성물산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답십리 뉴타운에 분양중인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는 중대형 3.3㎡당 평균 분양가를 중소형보다 20만~30만원가량 낮춘 경우다. 전용면적 121㎡의 3.3㎡당 일반분양가는 1300만~1400만원이며, 식기세척기와 가스오븐레인지 등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중대형 위주로 제주도내 최고급 단지를 목표로 짓고 있는 ‘제주 아라 아이파크’는 대형 주택의 조망권을 배려했다. 전용 133㎡으로만 이뤄진 1개 동을 남쪽에 배치해 한라산을 더 잘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 세금 감면보다 실거주 목적이 바람직 건설사들의 차별화된 중대형 설계가 수요자들의 호평을 받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대구시 복현동에 분양한 ‘대구 복현 푸르지오’는 중대형에 주방 수납창고, 침실 수납창고 등 인테리어와 공간 활용에 많은 신경을 써 건설사의 무덤이라던 대구에서 전용 106㎡, 122㎡형까지 모두 순위내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한신공영이 세종특별자치시 M2블록에 지난달 공급한 ‘세종 한신 휴플러스 엘리트파크’는 중대형 거실에 ‘3면 개방형’ 구조를 도입해 눈길을 모은 사례다. 이 단지는 전용 99㎡ 공급물량이 350가구로 많았는데도 3순위에서 대부분 청약마감되는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시행되는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으로 최근 바닥까지 떨어졌던 중대형의 인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주택 거래가 전반적으로 활성화하면 중대형 수요도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 아파트 중대형으로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수요자가 이번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기는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취득세는 연말까지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완공 주택이라야 감면 대상이고 양도세 면제 혜택은 미분양 주택을 계약할 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최근 미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입지가 우수하고 분양가는 저렴한 중대형을 고른다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중대형의 인기가 예전처럼 확 살아날 가능성은 적은 만큼 단기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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