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현대차 불루핸즈 사업장 입구(위)와 내부 모습(아래). 현대차의 요구대로 리바트 가구 등을 활용해 깔끔하게 새단장돼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새단장 안하면 계약 해지” 조항 넣고
현대백화점 계열사 리바트 사용 명시
공정위에선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일감 몰아주기’ 처벌 안해 비판 고조
현대백화점 계열사 리바트 사용 명시
공정위에선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일감 몰아주기’ 처벌 안해 비판 고조
현대자동차가 정비가맹점인 ‘블루핸즈’에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리바트 등의 가구를 지정해 리뉴얼(새단장)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이를 거래상 지위 남용 등으로 판단해 현대차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아 재벌 편들기라는 비판이 인다.
현대차는 200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블루핸즈 정비가맹점에 사업장 표준화 리뉴얼을 강요해, 모두 607개 가맹점이 현대차 쪽 요구대로 인테리어 공사와 가구 교체 등을 마쳤다.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소파 등 가구를 리바트 제품만 사도록 강제하고, 화장실 위생도기 등도 특정 회사의 제품을 지정해 리뉴얼하라고 블루핸즈 가맹점들에 강요했다. 실제로 현대차가 만들어 블루핸즈에 배포한 ‘블루핸즈 표준매뉴얼’에는 접수처 직원 의자, 고객 쉼터 소파·사이드테이블, 인터넷 바 의자, 대표자실 사무 의자·책상·서랍장·캐비닛·크레덴자 등의 사진을 싣고 리바트 제품을 사용하라고 돼 있다. 또한 시공사업자 역시 10여곳을 지정해 이용하도록 했다. 이런 표준화 모델로 새단장을 하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불리한 계약조항까지 설정했다.
리바트 제품을 쓰도록 강요한 것은 범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리바트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조카이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촌인 정지선씨가 회장이자 대주주로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다. 현대백화점의 100% 자회사인 현대쇼핑과, 정지선 회장 등이 대주주인 현대그린푸드가 리바트의 지배주주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가 블루핸즈에 리바트 제품을 쓰게 강요한 데서 발생한 이익이 정지선 회장 일가에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리바트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상 두 그룹 총수가 가까운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감 몰아주기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대차가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을 금지한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애초 공정위 심사관들은 심사보고서에 과징금 34억원 부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원회는 매장 리뉴얼로 현대차가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고, 리뉴얼 때 간판 설치와 대출이자 비용 등을 지원해준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블루핸즈 가맹점협회’ 관계자는 “이미 607곳이 부당하게 리뉴얼을 마친 판에 이제야 시정명령만 내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공정위에 작년 11월 신고했는데 조사도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맹점 사업주는 “리뉴얼을 하지 않으면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했는데 시정명령만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은 “리바트 가구를 블루핸즈에 쓰라고 강요한 것은 현행법을 피해가는 ‘일감 몰아주기’인 셈”이라며 “또한 리뉴얼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판매율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익으로 산정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리뉴얼 물품으로 내구성과 디자인 등 품질이 중요한 가구들은 리바트를 예시로 들었지만 리바트를 구매하라고 추천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진철 김경락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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