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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금리조작’ 피해자들 “부당이득 반환하라” 공동소송 움직임

등록 2012-11-04 19:19수정 2012-11-04 22:30

증권사 20곳 소액채권 금리 담합
담합 증권사들 신고금리 높여 채권값 떨어뜨려
직원들 메신저 “거래소와 협의”…파장 커질수도
소액채권 매수를 맡고있는 증권사들이 지난 2004년부터 7년간 담합을 통해 채권금리(수익률)를 높게 적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거액의 피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공동소송이 추진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하면서 소액채권을 매입한 국민들은 소액의 할인료를 부담하면서 은행(매출 대행기관)에 즉시 판다. 은행은 이 채권을 한국거래소가 공시한 금리(신고수익률)를 기준으로 삼아 20개 매수전담 증권사에 되판다. 매수전담 증권사들은 매 영업일에 다음날 적용될 금리를 거래소에 사전 신고하는데, 메신저를 통해 신고금리를 시세보다 높게 제출해, 채권가격 하락을 유도했다. 공정위가 입수한 2004년 3월31일자 메신저 내용을 보면 ㄷ증권사의 김 모씨가 “그냥 하나로 정합시다. 4.87% 아님 4.95% 정하세요”라고 제안하자, 다른 증권사 담당자들은 “좋아. 다 4.87”, “확정” 이라고 답변한다.

공정위는 2004년 국토해양부가 소액채권을 등록 발행제로 전환하면서 증권사들에게 국고채와 국민주택채권 간 금리차이(스프레드)를 종전 0.4%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축소할 것을 권고하며, 신고수익률을 정하는 권한을 준 게 담합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의 개입으로 기존보다 손해를 보게 된 증권사들이 담합의 유혹에 빠져든 것이다. 증권사는 일반 투자자의 시장참여를 막기 위해 신고수익률을 일부로 낮게 결정하는 담합도 저질렀다.

증권사들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증권사가 소액채권의 시장 조성자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담합혐의를 받게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이 정부의 행정지도를 계기로 시작됐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신고수익률 결정은 결국 개별 업체가 한 것”이라며 “조사가 시작되자 10개 증권사가 과징금 감면을 받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자진신고를 한 것은 뭐냐”고 일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권사 실무자들이 채권 수익률을 사전 담합한 증거로, 이들 사이에 오간 인터넷 메신저 화면을 캡쳐해 공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권사 실무자들이 채권 수익률을 사전 담합한 증거로, 이들 사이에 오간 인터넷 메신저 화면을 캡쳐해 공개했다.
증권사들의 금리 담합은 시장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와‘합작’한 성격이 짙다. 증권사 직원들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 중에는 “거래소와도 협의 중”이라는 대목이 나와, 거래소가 담합사실을 알고서도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거래소는 지난해 4월 뒤늦게 관련 제도를 손질했다. 증권사들이 수익률을 신고하면 상위 20%와 하위 10%를 제외하고 나머지로 평균치를 내던 방식에서, 스프레드가 작은 증권사가 배점을 많이 받도록 했다.

공정위는 거래소를 제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금융감독당국이 처리할 문제라며 책임을 미룬다. 담합을 한 증권사는 금감원 조사를 받았으나, 거래소 조사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제도개선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반쪽제재’라는 지적을 받는다. 금감원은 증권사에 대해 “윗선이 개입된 건 아니고 과장·대리 등 실무선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사들의 소액채권 금리담합 구조는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 혐의와 거의 흡사하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공정위가 소액채권 조사 과정에서 시디담합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증권사가 소액채권 담합 관련 자진신고를 인정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디금리 담합을 털어놨다는 뒷얘기도 있다.

증권사 금리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집단적으로 보상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벌써 증권사들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하지 않으면 소비자 공동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소비자피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소액채권의 거래액은 최근 몇년간 매년 10조~13조원에 달해, 전체 소비자 피해액은 상당한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공정위는 정확한 부당이득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감사원은 2010년 국토부 감사 당시 증권사 부당이득이 제1종 국민주택채권에서만 2009~2010년 2년간 8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재명·송경화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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