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샤프·소니 ‘빅3’
5년간 3조7천억엔 순손실
샤프는 ‘투자 부적격’ 신용 강등
PDP 시장 오판·LCD 투자 실패
내수 주력 세계시장서 고립화
일본 따르던 국내업계 “남의 일 아냐”
5년간 3조7천억엔 순손실
샤프는 ‘투자 부적격’ 신용 강등
PDP 시장 오판·LCD 투자 실패
내수 주력 세계시장서 고립화
일본 따르던 국내업계 “남의 일 아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 들어 6번째 일본 방문을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했다. 삼성 쪽은 이 회장의 잦은 일본 방문에 대해 ““일본 재계의 지인들과 만나며 경영전략과 사업구상을 가다듬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를 일본 없이 설명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과 함께 일본의 산요, 니혼전기 등과 합작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닦아왔고, 1983년 반도체산업 본격 진출도 ‘도쿄 선언’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삼성전자의 스승격인 일본 전자산업은 “퓨즈가 나갔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2일치 ‘렉스 칼럼’) 일본을 전자왕국으로 이끈 빅3, 파나소닉·샤프·소니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올해 (2012년 4월~2013년 3월) 7650억엔(10조40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20년간 쌓아온 순이익을 최근 2년간 한꺼번에 까먹게 될 처지다. 파나소닉의 쓰가 가즈히로 사장은 “우리는 텔레비전 등 본업에서 패배자가 됐다”고 말했다.
샤프 역시 올해 사상 최대인 45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니는 지난 4~9월 401억엔 손실을 내며 7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그나마 소니는 올해 200억엔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캐피털아이큐(IQ) 집계로, 이들 빅3는 5년간, 이전 18년간의 순익과 맞먹는 3조7000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미국의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단계 강등했고, 피치는 샤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로 6단계나 떨어뜨렸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일본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진 요인으로 이른바 ‘잘라파고스’(Jalapagos)가 꼽힌다. 1990년대 이후 일본(Japan) 제조업이 마치 남태평양의 갈라파고스(Galapagos) 제도처럼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돼 내수만 고집한 결과라는 것이다. 안방시장만으로도 적당한 수익을 내다보니 세계적인 흐름을 외면하다 외딴 섬에 갇혀 국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걸 표현한 조어다.
텔레비전 시장에서 파나소닉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이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2009년 세계 최대 규모의 피디피 공장을 만들었지만 액정표시장치(LCD)가 대세가 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샤프는 2007년 오사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엘시디 공장 건설에 나서며 1조엔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최근 대만 홍하이에 넘기려고 애를 쓰는 형편이다. 소니 역시 텔레비전용 엘시디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와 합작해 S-엘시디를 세웠지만 지난해 말 손을 뗐다. 후발업체들이 저가공세를 펼치는 텔레비전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판단착오였다는 지적이다.
이들 업체와 일각에선 ‘엔고’(엔화 강세)가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해왔다. 2000년대 중반 달러당 100엔에 이르며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엔저 시대’로 오판하고 국내 생산시설에 투자했다가, 달러당 70엔대로 다시 상승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미 지난 10년간 일본 빅3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2%에 그쳐,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낮을 때부터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일본 업체들의 몰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후발업체들의 뜨거운 공세를 맞받으며 시장을 쫓아가던 데서 시장을 창조하며 앞서 가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 이건희 회장의 잦은 일본 방문에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엘지전자는 이미 한발 늦은 스마트폰 시장 대응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구본무 회장은 올 들어 반복적으로 “시장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는 한편 엄격한 성과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업체들이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무척 빠른 전자업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 하고, 이제는 흐름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며 “일본 업체의 추락이 남의 일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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