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보증처리 기간 짧아 이상” 업체가 제보…한수원은 10여년간 의심조차 안했다

등록 2012-11-06 20:16수정 2012-11-06 21:51

부품·설비 검증시스템 부재
한수원에만 부품·설비 조사 맡겨와
작년 10월에야 원자력안전위 구성
수만개 부품 조사인력 턱없이 부족
“시민참여 감시기구 필요” 목소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품질검증서 위조 사태는 원전 검증 시스템이 부재한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7682개 부품이 10년여 동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되고 이 가운데 5233개 부품이 설치되는 동안 한수원도, 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도 이런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3월 울산지검의 납품비리 수사도, 이번 미검증 부품 사태도 모두 외부 제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에는 음료수 상자에 현금을 담는 장면을 목격한 시민이 이를 의아하게 생각해 검찰에 제보했으며, 이번에는 위조 부품 공급업체의 경쟁 업체가 “보증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아 이상하다”는 제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쪽은 “‘의심스럽다’는 제보 하나에서 출발해 이 정도 밝혀낸 것만 봐도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방증”이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외부 경쟁업체도 의아하게 여긴 ‘짧은 보증 처리 기간’에 대해 정작 한수원은 10년여 동안 단 한차례도 조사를 벌이지 않았던 셈이다. 내부 검증 시스템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으로는 규제 완화가 첫손에 손꼽힌다. 2002년 추진된 전력산업구조 개편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정부는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다. 원자력안전법은 이에 앞서 1999년 미리 개정됐는데, 부품조사와 설비조사 권한을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에 있던 규제 기관에서 사업자(한수원)로 넘기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검증 부품이 2003년부터 수입·납품됐다는 점을 볼 때, 한수원이 규제 기관에서 갑작스레 넘겨받은 조사 권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해 10월 새로 구성된 원안위는 실질적인 조사 권한을 되찾아오기에는,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실정이다. 원안위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역시 2010년 규제 업무를 담당하던 ‘품질평가실’을 해체했는데, 규제실이 남아 있던 시절에도 그 인원은 10명 남짓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를 구성하는 수만개의 부품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에는 턱없는 숫자다.

일본 마쓰야마대 장정욱 교수(경제학)는 “일본의 전력회사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택시회사’라는 야유를 받았는데, 원전을 택시처럼 구입해 만들어 놓은 뒤 운전만 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며 “원전 기술이 마치 완성된 기술인 것처럼 오인해 안전 기능을 도외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양이원영 탈핵에너지국장은 “각종 원전 관련 정보를 한수원이 모두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원전 규제 기구는 사실상 한수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이 터졌을 때 급작스레 조직을 키우기보다는,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감시와 함께 갈 때 규제 기구의 역량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승준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문-안 ‘TV토론’에 쏠리는 눈
1944년 팔라우섬 끌려간 조선인들 2명중 1명 고향 못보고 눈 감았다
“이산화탄소→이산화가스, 산소→산소가스”…박근혜, 토론 루저?
큰손들이 주무른 ‘역대 최대 돈잔치’
새누리 “쇼…사기극…꼼수…야합” 무차별 비난공세
중국인들 “누가되든 부정부패만 하지 마라”
[화보] 천연기념물 지정 ‘경주개 동경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