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25%씩 무상감자’ 회생안
대주주-소액주주간 차이 없어
최용권 전 회장 측근 허종 사장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제도 허점
노조 “대주주 경영권 고수 속셈”
‘100대1 차등감자안’ 법원 제출
대주주-소액주주간 차이 없어
최용권 전 회장 측근 허종 사장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제도 허점
노조 “대주주 경영권 고수 속셈”
‘100대1 차등감자안’ 법원 제출
웅진그룹 등 법정관리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총수 일가의 경영 실패로 법정관리 중인 삼환기업이 대주주와 일반 소액주주 간 차이가 없는 균등 무상감자(무상으로 주식 수를 일정비율만큼 줄이는 것)를 법원에 신청해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환기업은 회사 주주들의 주식 수를 무상으로 25%씩 일률적으로 줄이는 균등 감자안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을 지난 주에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부장판사 구회근)에 제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지난 7월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환기업은 현재 순자산가액이 228억원으로, 자본금 664억원의 66% 수준에 불과한 자본잠식 상태다.
삼환의 감자안은 대주주 일가와 일반 소액투자자 간에 아무런 차이도 두지 않은 것이어서, 66년 전통의 건실한 건설업체인 삼환을 독단·불법 경영으로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대주주에게 현행 법정관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사실상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2006년 이후 통합도산법이 시행되면서 법정관리의 경우 일체의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대신 기존 경영진이 중대한 위법 사실이 없는 경우 법원에 의해 회사 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회사 사정을 잘 알아야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삼환기업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법정관리인은 2006년부터 최용권 전 회장 밑에서 일해온 허종 사장이다. 허 사장은 최 전 회장과 경기고 동창이다. 허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주식 5만여주(0.43%)도 사실은 최 전 회장의 차명주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회장은 지난 8월 말 법원에서 임원과 지인 명의로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삼환기업 노조는 지난 5일 대주주에게는 100대 1 비율의 차등감자를 실시해 경영실패와 불법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회사쪽 회생계획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대주주에게 100대 1 차등감자안을 시행하면 최 전 회장 일가의 회사지분은 현재의 22.6%(차명지분 8% 포함)에서 0.2% 수준으로 낮아져, 경영권을 잃게 된다.
홍순관 노조위원장은 “최용권 전 회장 일가는 비자금 조성, 차명계좌 운용, 임직원에 대한 폭행·폭언, 독단·무능경영으로 66년 역사의 삼환기업을 법정관리로 몰아넣은 주범”이라며 “균등감자안은 대주주가 경영실패 책임을 회피하고 경영권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현행 법정관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도덕적 해이의 극치이고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환기업 임원은 이에 대해 “대주주에게 명백한 배임·횡령 혐의가 없는데다, 회사 채권자들에게도 3~8년에 걸쳐 100% 변제를 약속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균등감자안에 문제가 없다”면서 “만약 대주주에게 불리한 차등감자안을 시행하면 소액주주들에게 상대적으로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그룹은 총수일가의 불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100대 1 차등감자를 실시한 바있다.
관할법원은 오는 15일 관계인집회를 열어 회생계획안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데, 노조의 법정관리인 교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전례로 볼 때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도 회사의 회생계획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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