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복지재원 규모 및 재원조달 방안
박근혜 “세출 구조조정 60% 세입 증가 40%”
문재인·안철수 ‘비과세 감면 축소’ 등 밝혀
“15조~20조 부족…구체적 해법 안보여” 지적
문재인·안철수 ‘비과세 감면 축소’ 등 밝혀
“15조~20조 부족…구체적 해법 안보여” 지적
여야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복지 공약을 앞세우고 재원 마련 원칙도 제시했지만, 그 구체안이 헐거워 공약 이행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0~5살 무상보육,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등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당장 내년부터 후보들의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해 매년 27조~45조원의 추가 재정부담이 발생한다. 내년도 정부의 기존 복지예산이 약 98조원임을 감안하면, 복지재정이 지금보다 30~45%가량 대폭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들 후보들은 한결같이 ‘증세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혁신경제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1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복지재원 마련에 대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축소 등 세출구조를 바꾸고, 비과세 감면도 축소하겠다. 세목 신설 등은 검토하고 있지만, 세율을 올릴 일은 없다”고 말했다. 3대 세목이라 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의 세율 인상은 배제하되, 세목 신설 등을 통한 증세 가능성은 일부 열어두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안 후보가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이른바 ‘보편 증세’ 및 ‘보편 분담의 원칙’에선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캠프의 혁신경제포럼 자문교수인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도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세금을 이전보다 눈에 띄게 많이 내는 것을 보편적 증세라고 하면, (안 후보 공약에) 그런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 쪽은 복지 예산을 매년 30조원 미만 수준에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안 캠프의 관계자는 “현실성 있게 지출 계획을 짰기 때문에 증세의 필요성도 다른 후보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일관되게 복지 재원을 “세출 구조조정과 (탈세 방지와 비과세 감면 축소 등에 의한) 세입 증가를 6 대 4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왔다. 박 후보의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해선 매년 27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박 후보 캠프의 안종범 실무추진단장은 “세율을 인상하는 증세는 없다”고 못박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된 감세 철회를 통한 ‘제한적 증세’를 꾀할 계획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참여정부 수준인 25%로 되돌리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증세’란 표현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문 후보 캠프의 이용섭 공감1본부장은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을 줄이겠다. ‘부자 감세’도 철회하겠다. 하지만 증세란 말은 거부한다”고 말했다.
세 후보 모두 이런 추가 재정조달 원칙을 뒷받침할 구체안을 전혀 못 내놓고 있다. 문·안 후보는 11일 공약 종합판을 내놨지만, 재정 소요와 조달 방안은 담지 않았다. 박 후보도 1년 넘게 ‘증세 없다’는 원칙만 되풀이할 뿐, 구체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증세없이 현재 거론되는 수준의 복지 확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중복, 낭비성 예산의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예산은 3조70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또 후보들이 주장하는 비과세, 감면도 내년에 약 30조원인데, 여러 법안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이를 축소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고,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 돌아가는 몫이 전체의 약 60%에 이르러 대폭 축소가 쉽지 않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줄이는 건 맞지만,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축소로 마련할 수 있는 예산은 한해 10조원을 넘기기 힘든 만큼 나머지 15~20조원 이상은 증세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