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로프형 비계 개발에 참여한 태안화력발전소 관계자들이 보일러 내부에 설치한 비계에 올라 안전성을 점검하고 있다. 앞쪽부터 권용문 금화피시에스 차장, 김봉섭 태안발전본부 1발전처 보일러팀 차장, 안종국 제1발전처 처장, 박대주 보일러 팀장. 서부발전 제공
높이 50m 기존 비계 하중에 약해
지난 3·4월 붕괴 사망사고 잇따라
다시 올라가 작업할 엄두도 못내 “차라리 천장에 매달까” 발상 전환
직원들 5개월동안 직접 설계 개발
와이어 수십개로 고정해 하중 분산
안전 인증 받고 특허 2건 출원도 * 비계 : 높은 곳 공사 위해 쌓는 임시구조물 “요새말로 다들 ‘멘붕(멘탈 붕괴)’ 상태였죠.” 박대주(48) 충남 태안화력발전본부 1발전처 보일러 팀장은 지난 4월25일 태안화력발전소2호기 비계(인부들이 딛고 올라서서 일할 수 있게 돼 있는 공사용 임시 구조물) 붕괴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발전소 직원들 모두 공황상태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직원 1명이 15m높이에서 떨어져 숨지고 3명이 다치는 큰 사고였다. 3월27일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비계 붕괴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지 한달만이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두 발전소 모두 안전조치 미흡 사항도 지적됐다. 사고 뒤 박 팀장을 비롯해 발전소 직원들은 당장 9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작업자들이 비계에 다시 올라 작업해야 한다는 것이 엄두가 안났다. 박 팀장은 “보령 화력 사고 뒤에 점검도 하고 보강 조치를 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사고가 난것을 보고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를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박 팀장의 고민은 “발전소 구조와 설비를 제일 잘 아는 우리가 개발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박 팀장을 비롯한 서부발전 직원들과 철골·비계 전문가 설비 업체 관계자들은 별도 팀을 꾸렸다. 팀원들은 다섯달 동안 퇴근시간을 반납했다. 박 팀장은 “비계 박사가 될 정도로 공부했고, 집에 가서도 도면에 파묻혀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며 웃었다. 화력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리기 위해 열을 내는 보일러는 높이 100m(발전소에 따라 다름)의 대형 구조물로 가운데는 가로·세로 16m의 뻥뚫린 공간이 있다. 보통 정기적으로 보일러의 빈 공간에 최대 50m의 비계를 세우고 인부들이 그 위에 올라가 정비를 한다. 그 동안 태안·보령 발전소를 비롯해 국내 비롯해 국내 대부분 화력발전소들은 아일랜드 제품을 20여년 써왔다. 박 팀장은 “아일랜드 제품이 선점하고 국내에서 제작하는 업체가 없다보니 발전소들이 그대로 써왔다. 분석해보니 아일랜드 제품 자체의 하자가 있다기보다는 하중을 견디는 기준이 낮게 설계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반 공사의 경우 비계를 세우고 건물 벽 중간에 지지설비를 설치를 할 수 있는데 견줘 보일러 안쪽 벽은 모두 장비이기 때문에 별도의 장치를 설치 할수 없는데서 비롯된다. 즉 50m 철골 구조물을 홀로 세워 놓다보니 흔들리고, 인력이 많이 올라갈수록 안전성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철골 기둥이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게다가 과거에는 크게 문제가 안됐지만 최근 몇년 사이 발전소 정비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하며 비계의 안전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2009년부터 겨울철에도 전력난이 불거지며 발전소는 100% 가동해야 하는 대신 정비 기간이 짧아졌다. 빠른 시간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이 올라가고 그만큼 안전한 비계가 필요해진 셈이다.
“발상 전환을 했어요. 보일러가 천장에 고정돼 매달린 것을 보고 비계도 매달아 보자고 생각했죠. 엘리베이터도 와이어로 안전성을 유지 하잖아요.”
68개의 와이어로 비계를 천장에 고정하니, 하중이 분산되고 줄 하나가 끊어져도 전체 구조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효과가 났다. 박 팀장은 “기존 제품보다 최대 5배 무게를 견딜 수 있고 40명이 올라가서 일을 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계를 개발하며 17종의 부품도 개발하고 2건을 특허 출원했다. 기존 제품의 가격은 18억원인데, 와이어로프형비계는 재료비 4억원만 들었다고 한다. 박 팀장은 “비슷한 작업 환경인 조선소 등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표준부품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좋았다. 지난 9월20일부터 11월5일까지 계획예방정비 기간 동안 와이어형로프비계를 설치하고 정비를 했는데, 작업자들 사이에서 “흔들림이 없고 안전성이 있어 작업 하기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고에서 얻은 교훈의 결과물 ‘와이어로프형 비계’는 한국산업안전공단 등에서 부품 품목별로 안전 인증을 받고 있는 중으로, 16일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2012년도 하반기 재난안전관리 워크숍’에서 우수사례로도 소개된다. 서부발전은 관련 기술을 다른 발전소와도 공유할 예정이며, 특허 기술이전료를 받게 될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기탁해 산재피해 근로자·가족들을에게 지원할 방침이다.
이승준 기자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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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라가 작업할 엄두도 못내 “차라리 천장에 매달까” 발상 전환
직원들 5개월동안 직접 설계 개발
와이어 수십개로 고정해 하중 분산
안전 인증 받고 특허 2건 출원도 * 비계 : 높은 곳 공사 위해 쌓는 임시구조물 “요새말로 다들 ‘멘붕(멘탈 붕괴)’ 상태였죠.” 박대주(48) 충남 태안화력발전본부 1발전처 보일러 팀장은 지난 4월25일 태안화력발전소2호기 비계(인부들이 딛고 올라서서 일할 수 있게 돼 있는 공사용 임시 구조물) 붕괴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발전소 직원들 모두 공황상태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직원 1명이 15m높이에서 떨어져 숨지고 3명이 다치는 큰 사고였다. 3월27일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비계 붕괴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지 한달만이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두 발전소 모두 안전조치 미흡 사항도 지적됐다. 사고 뒤 박 팀장을 비롯해 발전소 직원들은 당장 9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작업자들이 비계에 다시 올라 작업해야 한다는 것이 엄두가 안났다. 박 팀장은 “보령 화력 사고 뒤에 점검도 하고 보강 조치를 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사고가 난것을 보고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를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박 팀장의 고민은 “발전소 구조와 설비를 제일 잘 아는 우리가 개발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박 팀장을 비롯한 서부발전 직원들과 철골·비계 전문가 설비 업체 관계자들은 별도 팀을 꾸렸다. 팀원들은 다섯달 동안 퇴근시간을 반납했다. 박 팀장은 “비계 박사가 될 정도로 공부했고, 집에 가서도 도면에 파묻혀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며 웃었다. 화력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리기 위해 열을 내는 보일러는 높이 100m(발전소에 따라 다름)의 대형 구조물로 가운데는 가로·세로 16m의 뻥뚫린 공간이 있다. 보통 정기적으로 보일러의 빈 공간에 최대 50m의 비계를 세우고 인부들이 그 위에 올라가 정비를 한다. 그 동안 태안·보령 발전소를 비롯해 국내 비롯해 국내 대부분 화력발전소들은 아일랜드 제품을 20여년 써왔다. 박 팀장은 “아일랜드 제품이 선점하고 국내에서 제작하는 업체가 없다보니 발전소들이 그대로 써왔다. 분석해보니 아일랜드 제품 자체의 하자가 있다기보다는 하중을 견디는 기준이 낮게 설계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반 공사의 경우 비계를 세우고 건물 벽 중간에 지지설비를 설치를 할 수 있는데 견줘 보일러 안쪽 벽은 모두 장비이기 때문에 별도의 장치를 설치 할수 없는데서 비롯된다. 즉 50m 철골 구조물을 홀로 세워 놓다보니 흔들리고, 인력이 많이 올라갈수록 안전성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철골 기둥이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게다가 과거에는 크게 문제가 안됐지만 최근 몇년 사이 발전소 정비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하며 비계의 안전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2009년부터 겨울철에도 전력난이 불거지며 발전소는 100% 가동해야 하는 대신 정비 기간이 짧아졌다. 빠른 시간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이 올라가고 그만큼 안전한 비계가 필요해진 셈이다.
와이어 로프형 비계 개념도. 정비 기술자들이 68개의 줄(와이어)로 고정된 구조물 중간중간에 설치된 발판 위에서 작업을 한다. 비계란 사다리가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임시로 작업 공간을 마련할 때 사용되는 조립형 철골 구조물이다. 서부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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