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통령 선거를 보름 정도 앞두고 경제민주화 요구를 전면 부정하는 자료집을 냈다.
전경련은 4일 ‘경제민주화 아는 것만큼 보입니다-이슈별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해, 경제민주화 관련 16개 핵심 이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은 자료집에서 경제민주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소득양극화 심화, 낙수효과 부재, 골목상권 침탈, 대기업 고용 감소 등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경제민주화 실천과제로 거론되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도입, 대형마트 규제 등의 필요성도 모두 부정했다. 일 예로 금산분리와 관련해 “외국은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의 경우 금산분리 규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이어 “우리경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성장잠재력 하락 등 구조적 기반 침하를 동반한 심각한 위기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오해와 반감이 증가하고 기업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어 투자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이에 대해 “현 경제상황이 위기라는 전경련의 진단에 동의하더라도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그 대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반기업정서에 의한 과도한 기업규제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벌이 경제력 집중을 바탕으로 경제력을 남용해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것을 바로잡아 공정경제와 동반성장의 토대를 구축하자는 경제민주화의 근본 취지를 반기업정서로 몰아붙인 것은 심각한 인식의 왜곡이라는 것이다.
전경련이 제기한 개별 경제민주화 이슈들에 대한 반박은 대부분 통계수치 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위평량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고용없는 성장을 비판하는 것은 재벌들의 성장세에 비해 고용 증가세가 낮고, 전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고용 비중이 낮다는 뜻인데, 마치 재벌의 총 종업원 수가 줄었다고 비판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소장은 금산분리와 관련해 “선진국은 단순한 소유규제 이외에도 엄격한 금융감독 장치, 사회적 관행에 의해 금산분리가 현실적 규제로 자리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총수가 전경련 회장을 지낸 30대 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전경련이 경제민주화의 기본취지에는 공감하면서 대기업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몇개라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조건 경제민주화를 부정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대기업들을 위해서도 이롭지 않다”고 우려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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