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협력사의 무너진 ‘멕시칸 드림’
드럼세탁기 부품사 ‘프리마테크’
삼성의 5년계획 믿고 동반 진출
1년만에 삼성 일방적 철수 결정
171억 배상 요청…91억 수용
재정위기 업체 대표 배신감 토로
삼성 “경영 잘못한 협력사 책임” 전자제품의 단추 등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프리마테크의 천아무개 대표는 2010년 2월을 잊지 못한다. 당시 그는 생애 처음 멕시코 땅을 밟고 사업의 재도약을 꿈꿨다. 삼성전자가 멕시코공장에서 북미 지역에 판매할 드럼세탁기를 만들기로 하고 협력업체를 공모하자 응했던 것이다. 투자환경조사단으로 멕시코를 다녀온 뒤인 3월, 천 대표는 멕시코 삼성전자가 만드는 드럼세탁기 부품 납품을 결정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천 대표의 꿈은 무너졌다. 부품 납품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지난 3월 삼성전자는 드럼세탁기의 멕시코 생산 철수를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드럼세탁기에 대한 글로벌 생산거점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지난 4월 멕시코 드럼세탁기 생산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드럼세탁기가 반덤핑 판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었지만, “모든 것을 걸고 멕시코 동반진출을 결정한” 프리마테크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천 대표는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를 공모할 때 5개년간의 물량계획을 제시했다. 그대로 되진 않더라도 일방적인 철수 결정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업체 공모 때 삼성전자는 2011년 드럼세탁기를 133만6000대 생산으로 시작해 2015년에는 222만500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목표치는커녕 삼성전자가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 프리마테크는 엄청난 재정적 위기에 봉착했다.
프리마테크는 지난 4월 삼성전자에 손해배상을 요청했다. 투자비용 195억원과 기회비용·청산비용을 포함한 327억원 배상 요청이었다. 삼성전자도 완전히 거부하진 않았다. 삼성전자 멕시코법인장은 투자비용 75억여원과 일부 청산비용을 인정하되 기회비용은 인정할 수 없다며 78억3000만원 배상안을 제시했다. 그 이후 협상을 거쳐 프리마테크는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171억여원으로 배상요청액을 조정했고, 삼성전자는 91억원만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 대표는 무엇보다 사업청산과 배상 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태도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멕시코 진출 공모를 할 땐 삼성전자 본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설득하더니, 청산하고 나선 본사에선 나몰라라하고 결정권이 부족한 멕시코 법인과만 대화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마테크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마테크는 멕시코 진출 초기에 경험 부족과 과도한 투자로 제품 불량과 경영적자가 심해지면서 이미 2011년 사업철수를 통보한 바 있다. 프리마테크 외에 다른 현지 협력업체는 드럼세탁기 외에 냉장고 등의 물량을 확대해줘 경영을 안정화하고 있는데 프리마테크만 경영을 잘못하고도 삼성전자에 손실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 대표는 “삼성전자가 납품 단가를 턱없이 낮게 책정해 적자가 심화하고 있어서 적자를 보전해주거나, 아니면 경영권을 인수해 손실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한 적은 있다. 이후 삼성전자의 철수 결정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현지의 다른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추가적인 납품단가 인하 때문에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간 삼성전자에 납품을 해왔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프리마테크는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합작 법인인 티에스에스티(TSST·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 필리핀 법인에 납품을 해오면서 2004년부터 올해까지 20여차례에 걸쳐 사출·금형 부문의 ‘우수협력업체’ 인정도 받았다.
삼성전자는 “해외 투자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객관성이 결여된 근거 없는 주장이다. 불법적인 요구사항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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