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에스케이씨·에스케이텔레시스 회장이 2006년 7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 ‘해비타트-에스케이행복마을’ 공사현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집짓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시스 제공
[기업특집] 사회공헌 경영
최신원 SKC·SK텔레시스 회장의 ‘나눔’
최신원 SKC·SK텔레시스 회장의 ‘나눔’
‘을지로 최신원’ 5년간 남모를 기부
사회복지모금회 수소문 끝 알려져
10년간 개인 기부금 17억여원 1위
포브스 아시아판 선정 ‘기부 영웅’에
김장 나눔·연탄 배달·바자회 등
회사 사회공헌 활동도 팔걷고 활약 2003년 ‘을지로 최신원’이란 이름으로 고액의 기부금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도착했다. ‘을지로 최신원’은 그 뒤로도 꾸준히 기부금을 보내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8년에야 그가 최신원(60) 에스케이씨(SKC) 회장이라는 것을 수소문 끝에 알게 됐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시작한 최 회장의 기부는 현재 17억3800만원에 달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인 최고 기부금 액수다. “회삿돈이 아니잖아. 내 개인 돈으로 하는 건데 굳이 알릴 필요가 있어? 사무실이 을지로니 그냥 을지로 최신원이지.” 최 회장은 ‘당시에 왜 알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의 한 식당에서 최 회장을 만나 그의 유별난 ‘나눔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퍼줘 봐. 나누면 행복해져. 갈 때 관 값만 있으면 되잖아. 싸갈 것도 아닌데.”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죽으면 (재산을) 놓고 가겠어요? 가지고 가겠어요? 당연히 놓고 가지”라며, 나눔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실천이 “할아버지 아버지에게 보고 배운 것일 뿐 특별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농사를 크게 지으시던 할아버지가 주변에 굶는 사람들 볼 때마다 쌀 나눠주시고, 아버지가 공장(선경직물) 일으키시면서 누룽지 하나도 직원들과 나누셨어요.” 그는 아버지인 고 최종건 에스케이그룹 창업주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기도 수원 평동의 공장 재건에 매달린 것도 “주변 지역 젊은이들에게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어 주려고 하신 일”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주변 사람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최 회장이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그는 <한국방송> 프로그램인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며 기부금이 적립되는 자동응답(ARS)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나요. 나도 돈 쓰는 거 아까워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방송에 나오는 사연들이 너무 딱한 거야.” 시작은 소박했지만 그의 기부는 점점 커져갔다. 최 회장은 대기업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 또는 약정) 회원으로 정식 가입했고,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인사들만 가입이 가능한 ‘슈퍼리치’ 클럽에 가입하는 등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슈퍼리치 클럽 회원은 최 회장과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두 명뿐이다. 2009년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 아시아판이 선정한 ‘기부 영웅’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회장은 “회장 취임 뒤 경기도 지역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몇 명 늘렸다”며 멋쩍게 웃었다.
결국 그는 지난달 27일 세계공동모금회(UWW·United Way Worldwide)가 발족한 세계리더십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받았다. 기업가들의 고액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모임인 세계리더십위원회의 위원이 되려면, 10만달러(1억800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야 한다.
최 회장의 나눔은 기부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장나눔 행사, 바자회, 연탄배달 등 나눔 활동에 직접 참여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직접 가서 깃대를 꽂아야지 사람들이 따라오지, 내가 나서지도 않는데 누가 따라오겠소?” 그는 “내가 몸소 실천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문화가 부족한데 앞으로는 바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른 재벌기업 총수들이나 그룹 사람들에게 나눔을 권하시지는 않냐’는 질문에도 “내가 꾸준히 내 할 일을 하면, 맞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에스케이씨·에스케이(SK)텔레시스 직원 450여명과 함께 달려가 직접 기름 제거작업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행복나눔 김장행사에서는 직원들 150여명과 하루종일 5000포기의 배추를 나르고 김치를 담갔다. 게다가 재벌가 출신으로는 독특하게 해병대 출신인 그는 지난 10월 3박4일 훈련을 포함해 지금까지 직원들과 일곱차례 해병대 극기훈련 캠프를 함께했다. 60살의 나이에도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사진만 찍으러는 절대 안 가요.”
기업인 최 회장에게 어두운 전망이 드리운 내년 경제 상황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그는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역시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줄이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는 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두운 경제전망도 그의 나눔을 막지는 못할 듯하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고구마 하나 구울 때 하나 더 구워서 주면 되잖아.” 최 회장은 “나눔도 즐겨야 한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지금도 길거리를 지나다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얼마라도 손에 쥐여주고 가요. 그럼 나도 행복해요. 누구를 도와주는 것도 즐겨야지 안 즐기면 못해요.”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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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회장이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서 에스케이씨·에스케이텔레시스 임직원들과 함께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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