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경제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 선진국의 뒤를 빠르게 밟아온 후발주자의 피로감과 투자부진. 정부가 진단한 한국 경제의 현재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양호한 재정 여건과 수출 중심의 유연한 경제 체질 덕분이라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에서 미래 한국을 좌우할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로 낮아지는 성장 잠재력을 꼽았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정한 잠재성장률은 2011~2020년(3.8%), 2021~2030년(2.9%), 2031~2040년(1.9%)로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고 있다. 유럽재정위기와 미국의 양적완화 등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2%대 초반 성장을 기록한 2012년의 저성장 흐름이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먼저 이같은 흐름은 경제성장 추이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재정부의 설명이다. 재정부는 경제발전 초기 추격형 모델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 주요 선진국 역시 경제가 양적으로 팽창한 뒤 성장률 하락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모두 비슷한 시기(1인당 국내총생산 1만6740달러 도달시)에 2.4~6.6%의 성장률 하락세를 경험했다.
이 가운데 특히 일본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일본은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6740달러 도달한 1970년 이전 7년 동안 연평균 9.5%씩 급속히 성장했지만, 1970년부터 7년 동안은 2.9%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 자산 거품 붕괴로 1990년대 이후 장기간 ‘제로 성장률’을 보였다. 재정부는 일본의 경제 파탄의 원인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대응 지연 △따라잡기식 경제시스템 유지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실패를 꼽았다. 현재 우리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요인과 비슷하다.
그러나 재정부는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단언했다. 일본에 비해 자산 건전성이 높고 가계 부채 역시 아직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정부는 선제적인 구조 개혁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한다면, 견조한 성장세를 만들 수 있다고 예견했다. 재정부는 또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 덕에, 오히려 기업문화가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다. 일본 기업은 내수에 머무르는 폐쇄성을 보인 결과, 위기 대응 능력이 약했다는 것이다. 재정여건 역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점을 기준으로 정부부채 비중은 일본이 72.45%였지만 우리나라는 33.43%에 그쳤다.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에 높다는 이야기다.
재정부는 “이같은 청사진은 고령화와 둔화되는 잠재 성장률, 극심한 양극화 등을 제대로 관리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청사진”이라며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개혁과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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