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재원 1조5000억, 자영업자에 ‘그림의 떡’
석달간 301억…목표치 절반 못미쳐
대출금액도 평균 900만원선
연체 여부·소득조건 까다로워
영세자영업자 자활 도우미 기능 못해
석달간 301억…목표치 절반 못미쳐
대출금액도 평균 900만원선
연체 여부·소득조건 까다로워
영세자영업자 자활 도우미 기능 못해
고금리 빚을 진 자영업자들이 수렁에서 벗어날 탈출 사다리로 여기고 있는 ‘바꿔드림론’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이 자영업자한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탓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 배정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신용회복기금의 100% 대출상환보증까지 내세워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를 지원해오고 있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돈을 더 찍어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시중은행에 배정해 취약계층을 지원케 하는 돈이다. 현재 총액한도대출 금리는 연 1.25%다.
■ 언발에 오줌누기 한은은 지난해 10월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7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1조5000억원을 늘렸다. 영세자영업자가 지고 있는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11% 안팎의 은행대출로 바꿔 이자부담을 줄여준다는 목적에서다. 이에 따라 신용회복기금을 운영하는 캠코가 11월부터 바꿔드림론 새상품을 내놓고 시중은행 일선창구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은행창구에서 나간 실적은 초라하다. 1월 말까지 바꿔드림론 누적 집행은 3204건에 301억원으로, 월평균 각각 1060건에 100억원이다. 이는 애초 목표치(월평균 2500건, 25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건당 평균으로는 939만원이다.
국내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와 열악한 상환능력에 비춰보면 바꿔드림론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진다. 나이스신용정보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내 다중채무자는 322만명이며 이 가운데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고위험채무자’가 173만명에 이른다. 이런 다중·고위험 채무자의 40~55%(67만~86만명)가 자영업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내수경기의 장기침체에다 자영업 자체의 경쟁 심화로 빚을 갚으려면 또 다른 빚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잠재적 폭발력을 지닌 금융부실의 ‘뇌관’이다.
이런 상태에서 월평균 100억원에 건당 1000만원가량에 불과한 전환대출을 제공해봐야 부실 위험을 해소하긴 힘들다. 또 미시적으로는 실제 절박한 수요자들에게 재원이 돌아가지도 않고 있다. 까다로운 신청 자격요건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바꿔드림론을 신청하려면 연간 소득이 2600만원(신용등급 5등급 이상)· 4500만원(6등급 이하)을 넘지 않고 원리금 상환 연체(30일 이상)가 한번도 없어야 한다. 한 시중은행 영업담당자는 “영세자영업자가 연체가 없다면 왜 비은행권이나 사금융을 통해 고금리 빚을 졌겠느냐. 지금의 바꿔드림론 신청요건은 이제 막 자영업에 뛰어든 일부 계층의 카드대출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쪽에서 새 정부 출범 뒤 바꿔드림론의 대상을 넓히는 대신 현재 3000만원으로 돼 있는 1인당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제도의 실효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 자영업자 자활 지원에 초점 맞춰야 전문가들은 바꿔드림론의 애초 구상에서부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자영업자 부채의 본질적인 문제는 원리금 상환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만기연장이나 이자부담을 조금 줄여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돌려막기 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의 부채구조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2012년 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는 95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 가구당 부채(4600만원)의 두 배가 넘고,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등급자 비중이 60.6%나 된다. 점차 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연령층한테 부채가 편중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연령별 부채비중을 보면 50살 이상이 54%다.
서영수 이사는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보다 저신용·과다채무자의 회생 지원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스스로 빚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면서 원금 일부 탕감과 채권 금융기관의 손실 분담 등 과감한 채무 구조조정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전격 사퇴
■ 적게 쓰면 돈 더내라? 황당 전기요금 개편안
■ 탐나는도다 쏘맥자격증
■ ‘브라자 공장’에 간 남자 “E, F컵 너무 커서…”
■ 날벼락 맞은 레슬링 “희망은 있다”
바꿔드림론은 저신용자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연평균 금리 11%의 은행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는 서민금융제도다. 바꿔드림론 객장을 찾은 사람들이 직원들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전격 사퇴
■ 적게 쓰면 돈 더내라? 황당 전기요금 개편안
■ 탐나는도다 쏘맥자격증
■ ‘브라자 공장’에 간 남자 “E, F컵 너무 커서…”
■ 날벼락 맞은 레슬링 “희망은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