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3위의 쌍용건설이 심각한 자금난에 몰리면서 19조원에 이르는 이 회사의 국외 건설 수주가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4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의 피해도 예상된다.
14일 건설업계와 해외건설협회 말을 종합하면, 최근 2년 연속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건설은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채권단의 회생 방안 모색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오는 4월1일까지 자본전액잠식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지만, 현재 대주주인 캠코나 채권단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신규자금 지원에 미온적이다.
현재 쌍용건설이 국외발주처의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를 통과해 입찰자격을 따낸 사업은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 철도건설사업(2조원), 카타르 지하철 공사(8조원) 등 19조원에 이르고 있다. 남수마트라 사업 사전심사 통과는 저임금과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철도공정공사와 중국개발은행의 단독 진행에 맞서 뛰어들어 얻은 결실이다. 또 글로벌 건설사들의 격전지인 카타르에서는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컨소시엄 주관사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성과에 대해 쌍용건설이 사업관리에 철저한 싱가포르에서 마리나 베이센즈 호텔(1조원),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8300억원), 도심지하철 2단계 사업(7000억원) 등을 성공적으로 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국외건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등 선진 건설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쌍용건설의 위기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쌍용은 특히 국외 고급 건축시장에서 눈부신 실적을 쌓아왔다. 플랜트를 중심으로 국내업체들이 명성을 쌓아가고 있지만, 만약 쌍용이 무너지면 건축부문에서의 국가적 경쟁력은 소멸하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쌍용건설은 지난 200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7년간 꾸준히 흑자를 냈으나 경기 침체로 2011년 13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서며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주주인 캠코(지분율 38.7%)의 회사 매각 작업이 번번히 무산된 것도 위기를 더 키웠다. 캠코는 2007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동국제강, 독일계 엠플러스더블유(M+W)그룹, 이랜드그룹 등이 차례로 인수에 나섰지만 모두 결렬됐다. 캠코는 주식 매각을 포기하고 지난해 말 외부 투자자에게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마지막 매각에 나서 최근 국외 투자자 2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투자자 한 곳은 이른바‘먹튀’ 가능성이 우려되는 홍콩계 사모펀드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4000억원 이상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채권단쪽에서는 캠코가 주식을 감자하거나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 채권단이 1500억원 정도를 출자전환한 뒤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2500억~3000억원대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을 유력한 해법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캠코는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쌍용건설의 최대주주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이며, 캠코는 단지 기금관리자일 뿐이다. 여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캠코가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캠코 설립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코의 의지만 있다면 길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경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인수와 정상화를 추진해 성공했다. 아무래도 지금이 정권 교체기라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누구도 먼저 나서려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캠코가 쌍용건설의 자본전액잠식으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떠오르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은 그룹 계열의 건설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국내외 현장만 130여곳이 넘고 협력 업체도 1400여개에 이른다. 국외에서는 싱가포르 등 8개국의 17개 프로젝트로 약 3조원의 공사를 맡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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