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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건 당연”

등록 2013-02-14 19:31수정 2013-02-18 11:06

이언 맥퍼슨 캐나다 빅토리아대 명예교수
이언 맥퍼슨 캐나다 빅토리아대 명예교수
99%의 경제
생협전국협의회 강연 이안 맥퍼슨 명예교수
“정부가 정책 만들면서
사회 지도자들 불러모을 때도
일반 기업가들은 포함되지만
협동조합 지도자들은 배제…
이런 혜택의 차이가 없어져야
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에
제 역할 할 수 있어”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 100주년 대회에서 발표한 ‘협동조합의 정체성 성명’의 기초를 작성했던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의 이안 맥퍼슨 명예교수가 한국에 왔다. 14일 ‘생활협동조합전국연합회 설립추진협의회(생협전국협의회)’에서 ‘협동조합 7원칙의 현대적 의미’ 와 ‘국가와 협동조합 간의 관계’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기에 앞서, <한겨레>에서 맥퍼슨 교수를 만났다. 맥퍼슨 교수는 “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에 기여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미국의 버거킹 가맹점들이 협동조합을 세워 본사에서 공급받을 때보다 식재료 구매단가를 낮췄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재벌의 경제독점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이 몰락하면서, 한국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에서 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합니다!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민주화에 관심이 있는 나라가 꽤 있습니다. 소규모 회사들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죠. 놀랍게도 미국의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식재료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조달합니다. 유연성과 지식산업에서는 작은 기업이 훨씬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으로 뭐든지 할 수 있지요.

정부가 일반 기업에 주는 혜택을 협동조합에도 공평하게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대학에서 일반 기업을 공부하는 경영학과는 많지만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과는 거의 없습니다. 비공식적인 지원에서 협동조합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거지요.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서 사회의 지도자들을 불러 모을 때도 일반 기업가들은 포함되지만 협동조합 지도자들은 배제됩니다. 이런 혜택의 차이가 없어져야 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협동조합 부문에서 금융이 아주 취약합니다. 협동조합기본법에서도 금융산업이 제외됐고, 기존의 신용협동조합이 다른 협동조합을 지원하기도 어렵습니다.

“작은 규모와 큰 규모 다 필요
협동조합 규모 커진다고
조합원 관계 나빠지는 건 아냐…
협동조합 하면서
빠르게 성과 기대해선 안돼
사람들끼리 서로
협동하는 것부터 배워야”

“금융협동조합이 다른 협동조합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데 반대합니다. 캐나다의 신협은 다른 협동조합을 많이 지원합니다. 다만 신협 사람들과 새 협동조합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유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의 신협 규정은 은행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 신협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와 영국에서도 신협을 다른 은행과 똑같이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협동조합 장점을 잃게 됩니다. 지역공동체와의 연계나 다양한 사람의 이사회 참여가 어려워지죠. 신협에는 은행의 속성만이 아닌 다른 속성도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게 되는 거죠.”

-40년간 신협 등 협동조합 선출직 이사로 참여한 경험을 갖고 계십니다. 협동조합 운영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요?

“경제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균형입니다. 재무성과도 중요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조합원의 관심도 충분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지역 기여도 중요합니다. 조합원들이 소속감을 갖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스스로를 알게 되고, 공동체에 대해 배우며 함께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 농협은 정부 주도로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농협이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정부의 영향 아래에 있다가 제대로 된 협동조합으로 변한 사례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렇게 발전해간 협동조합들은 정부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정부에 맞서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한국 농협의 경우, 1960년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만들어져 정부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조직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아직도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데, 이는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고 한국농업도 달라졌고, 조합원인 농민도 변했습니다. 국가와 협동조합의 관계는 항상 변해야 합니다. 정부, 협동조합, 사회 모두가 변하기 때문이죠.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요구가 바뀌고 정부의 이해관계도 바뀝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항상 논쟁과 토의가 이뤄져야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작은 규모의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규모와 큰 규모 협동조합, 둘 다 필요합니다. 다만 규모가 커질때 협동조합 가치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협동조합 규모가 커진다고 조합원간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것이 항상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큰 것도 예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가와 협동조합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정부는 법을 만들어 협동조합이 잘 활동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우선 협동조합 설립을 쉽게 해주어야 하고 둘째로는 초기 단계의 협동조합을 잘 거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이미 만들어진 협동조합이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농업이나 수산업 협동조합 등을 정부가 정부 조직의 일부로 보고 관여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아이가 자라 독립시켜 줘야 하는 데 부모들이 계속 간섭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한국에서는 협동조합 생태계가 약한데, 올 한해 3천개 정도가 한꺼번에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겠습니까?

“한국 사회는 60년대와 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성과를 빨리 내는 데 강한 집착을 보입니다. 협동조합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다른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과거 경제적 부를 빨리 축적하는 단계에서 지금은 점진적으로 쌓아나가는 단계에 있는 거죠.

협동조합을 하면서 빠르게 성과 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끼리 서로 협동하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협동조합을 비즈니스로 운영하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이런 것이 준비되지 않은 채 너무 빨리 성장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협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천천히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할 때 이런 점을 꼭 고려해야 합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맥퍼슨 교수 ‘협동조합 미래 위한 7가지 제언’

① 효율성 높여라
② 조합원과 돈독하게
③ 조합만의 특성 살려야
④ 조합원들 역량 강화
⑤ 신중하게 자원 결합
⑥ 자본력 키우고
⑦ 전략적 사고하라

이안 맥퍼슨 교수는 협동조합의 미래를 위한 7가지 제언을 했다.

첫번째는 협동조합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일반 기업처럼 협동조합도 금융, 생산, 그리고 인적 자원을 잘 경영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조합원 참여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운동의 핵심과제는 항상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데에 있다. 조합원과의 관계를 긴밀히 해야, 미래에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데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세번째는 협동조합만의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협동조합 조직들은 조합원과의 의사소통이나 대중과의 관계에서 협동조합의 구조와 가치에 대한 신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협동조합들이 공동의 자원으로 일을 추진하기 위해 서로 결합할 때만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

네번째는 조합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자신의 책임성을 강화할 때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다섯번째는 신중하게 자원을 결합하는 것이다. 협동조합 사람은 항상 지역의 조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는 물론 전세계적인 수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협동의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여섯번째는 자본력을 키우는 것이다. 협동조합 제일의 책무는 조합원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협동조합들은 미래를 위해 충분한 준비금을 적립해야 하며, 조합원은 협동조합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책임을 나눠 짊어져야 한다. 마지막은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자원의 결합이나 자본력을 키우는 것은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이어진다. 협동조합의 장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치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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