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편의점사업자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김영현 조합 이사가 지난 15일 자신이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운영중인 개인편의점 ‘초코마트’에서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 '편의점주 협동조합’ 주도 김영현 이사
본사 가맹수수료·위약금 등
불공정 계약 느낀 점주 30여명
의기투합해 이달초 조합설립
“매달 300여개 가맹점 계약만료
조합원 1000명 모으면 변화가능”
본사 가맹수수료·위약금 등
불공정 계약 느낀 점주 30여명
의기투합해 이달초 조합설립
“매달 300여개 가맹점 계약만료
조합원 1000명 모으면 변화가능”
“우선은 대기업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장기적으론 자체 물류와 전산시스템을 갖춘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로 키울 겁니다.”
이달 말 정식 출범을 앞둔 국내 첫 편의점주 협동조합인 ‘전국편의점사업자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김영현 조합 이사는 지난 15일 <한겨레>와 만나 “이윤에만 급급해 가맹점주를 쥐어짜는 현재의 시스템 대신, 상생할 수 있는 협동조합 편의점 모델을 만들겠다. 그게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편의점사업자협동조합은 편의점 씨유(CU)의 가맹점주를 중심으로 30여명이 모여 지난달 말 창립총회를 거쳐 이달 초 서울시에 설립 신고를 했다. 19일 조합원 출자금 1000만원을 납입하고, 이달 말 등기를 한 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현재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서 개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9월까지는 훼미리마트(씨유의 이전 브랜드명) 가맹점주였다. 그는 1년7개월 동안 대기업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가맹 본사의 불공정한 행위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본사에 내는 가맹수수료는 매출이익금의 35%에 달할 정도로 과도하고, 야간에 적자가 나도 24시간 영업할 수밖에 없죠. 장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위약금 때문에 쉽지 않아요. 이외에도 불공정한 계약 내용이 수두룩해요. 편의점이 2만개를 넘어가면서 본사는 수백억원씩 이익을 내지만, 대다수 가맹점주들은 기초생계비 벌기도 막막한 지경이죠.”
적자를 견디다 못한 김 이사는 훼미리마트 편의점 운영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즈음 본사가 가맹점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브랜드명을 훼미리마트에서 씨유로 바꾼 것도 그의 결심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가맹 본사에서 제시한 위약금과 인테리어 잔존가는 5000만원이 넘었다. 본사는 계약기간이 3년 넘게 남은데다 초기에 시설 투자 비용을 부담했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요구했지만, 김 이사 처지에선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과도한 금액이었다. 그는 결국 법정에서 위약금 문제를 다퉈보기로 하고 가맹 계약을 종료한 뒤, 개인편의점인 ‘초코마트’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편의점 가맹 본사의 횡포를 알리는 일에도 나섰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협동조합을 만들면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맹점주들이 단합해 효과적으로 가맹 본사에 대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곧바로 문제의식을 공유해 온 씨유 가맹점주들과 의기투합해 협동조합 설립 작업에 착수했다. 마침 씨유 가맹점주 가운데 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방경수씨 덕분에 일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방씨는 조합 창립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김 이사는 “조합원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협동조합 편의점이 틀을 갖추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30여명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으로 대기업이 장악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가능할까?
김 이사는 “쉽지는 않겠지만, 단기·장기 목표를 나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정치권과 정부의 입법·예산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해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우선 가맹점주들이 가맹 본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하도록 돕고 가맹 계약의 독소조항을 개선하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조합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도 당면 목표다.
협동조합 명의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해 씨유·세븐일레븐·지에스(GS)25 등 대기업 편의점의 확장을 막아 내겠다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특히 사업조정이 받아들여져 대기업 편의점 확장에 제동이 걸리면, 여론의 주목과 함께 조합원 수 증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김 이사는 기대했다. “4개 대기업 편의점을 통틀어 계약 만료되는 가맹점이 매달 300개가량 되는데, 이들 점포의 점주들을 조합에 가입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조합원이 1000명만 되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봅니다.”
최종 목표는 대기업 가맹 본사처럼 자체 물류와 전산시스템을 마련해, 가맹수수료 없고 24시간 영업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온전한 형태의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다. “조합원을 5000여명까지 늘려 자본금을 50억원 이상으로 확충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자금 지원을 받는다면 가능합니다. 5년 안에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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