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담긴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 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2월 임시국회 내 조기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9일 대기업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적용 방안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경제 전반에 영향이 미치는 중요 사안인 만큼 시간을 갖고 좀더 논의할 필요가 있고, 공청회 개최 등 의견수렴이 요구된다”며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
박민식, 김종훈, 강석훈 등 나머지 여당 의원들도 김 의원을 방치하며 법안의 신속처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강석훈 의원은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을 만든 주역 중 하나다. 하도급법 개정안에 제동이 걸리면서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금융관련법 등 나머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해 중소기업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확대 방안은 박 당선인이 재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인수위에 시행방안을 보고했다. 여야 의원들도 법개정안을 각기 제출한 상태여서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 법안 중에서 가장 먼저 합의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민주당 쪽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20일 “여야 이견이 없는 것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했는데, 박 당선인의 공약을 새누리당 의원이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개선은 중소기업 관련 가장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로, 지난해 여야 모두 수차례 공청회 등을 거쳐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사안인데, 지금 와서 또 무슨 여론수렴 타령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용태 의원은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이나 당론과,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는 것은 전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통과가 늦어지면서 사실상 조기처리가 쉽지 않게 됐다. 2월 말에는 인사청문회가 겹쳐 회의를 열기가 쉽지 않고, 3월 임시국회가 열려도 공청회가 추진되면 처리가 더 늦어진다. 김기식 의원은 “박 당선인이 앞에서는 경제민주화 등 핵심공약을 새 정부 출범 6개월 안에 실천하겠다고 약속하고, 새누리당이 뒤에서는 제동을 거는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 등 재계가 더 강하게 반대하는 경제민주화 방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사안마저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의 공약이 지켜질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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