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구원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증세없는 세수확보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조세연구원 토론회 보니
금 도매업자들, ‘폭탄업체’에
부가세 몰아넣고 고의 도산 뒤
수천억 탈루하던 범죄
은행이 부가세 내면서 사라져 “관리비용 많고 심리저항 커”
정부안서는 실효성 놓고 이견 부가가치세는 물건과 서비스(부가가치)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세금 부담이 전가되는 간접세다. 간접세는 일반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직접세에 비해 세금 징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체납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1년 부가가치세의 징수결정액 대비 체납비율은 11.3%로, 소득세(9.0%)나 법인세(2.6%)보다 높다. 조세연구원이 5일 제안한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는 바로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법이다. 이 제도는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소비자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사업자와 소비자가 거래하는 경우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면 신용카드사는 부가가치세를 뗀 순수한 물품 대금만을 사업자한테 지급해준다. 그리고 나머지 부가가치세는 신용카드사가 금융회사를 통해 국세청으로 직접 정산한다. 사업자가 탈세의 유혹에 빠지는 길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뒤로 35년 만에, 징세 방식을 크게 바꿔보자는 제안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러한 제도를 고안한 이유는 ‘부가가치세 배달사고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예상 부가가치세 징수총액과 실제 징수금액 간 격차(VAT Gap)를 산출한 결과, 2011년 11조200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율 역시 17.8%로 유럽연합(EU) 25개국 평균치인 12%를 크게 웃돈다. 실제 ‘폭탄업체’를 동원해 거액의 부가가치세를 탈루하는 범죄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고의로 도산하는 폭탄업체를 수입업체·도매업체·소매업체 사이에 끼워넣은 다음, 거래 실적을 몰아주고 파산해 버리는 방식으로 부가가치세 납부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앞서 2003~2005년 금 도매업자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8422억원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08년부터 금 거래 과정에는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가 도입됐다. 실제로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금 관련 부가가치세 탈세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김 연구위원은 이 방식을 거래 전반에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용카드사의 매출액은 국세청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또 신용카드사가 도산할 가능성도 일반 사업자에 비해 훨씬 낮기 때문에, 증발하는 부가가치세를 상당부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최대 7조1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추진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찮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금 거래 사건과 같이 악의적인 생산자가 다수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입자(소비자)가 부도를 내거나 부가가치세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부 사례 때문에 선악 개념이 잘못된 제도 설계일뿐더러,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매점이 일일이 과세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중앙회 조유현 정책개발본부장은 “소상공인이 신용카드 단말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수천억원의 재원을 누가 부담할지 문제가 생긴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 거래 시장에서 직접 제도를 운용해 본 국세청 관계자는 실행은 어렵지만, 효과는 좋을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뒤 해당 영역에서 탈세는 거의 없어졌지만, 일반 거래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좀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며 “거래 당사자끼리 지정된 계좌로만 거래하고 거래 실적이 모두 공개돼야 하는 만큼 심리적 저항이 많았다. 결국 당사자간의 의견일치를 통한 납세협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권은중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영훈국제중 결국 입학비리…‘귀족학교’의 예고된 탈선
■ 프로농구도 승부조작 소용돌이…현역 감독 곧 소환
■ “또 외톨이 될까봐”…개학날 여중생 자살
■ 재형저축 판매 시작…최고 금리 은행은 어디?
■ ‘JSA 의문사’ 김훈 중위 순직 인정될 듯
부가세 몰아넣고 고의 도산 뒤
수천억 탈루하던 범죄
은행이 부가세 내면서 사라져 “관리비용 많고 심리저항 커”
정부안서는 실효성 놓고 이견 부가가치세는 물건과 서비스(부가가치)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세금 부담이 전가되는 간접세다. 간접세는 일반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직접세에 비해 세금 징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체납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1년 부가가치세의 징수결정액 대비 체납비율은 11.3%로, 소득세(9.0%)나 법인세(2.6%)보다 높다. 조세연구원이 5일 제안한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는 바로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법이다. 이 제도는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소비자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사업자와 소비자가 거래하는 경우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면 신용카드사는 부가가치세를 뗀 순수한 물품 대금만을 사업자한테 지급해준다. 그리고 나머지 부가가치세는 신용카드사가 금융회사를 통해 국세청으로 직접 정산한다. 사업자가 탈세의 유혹에 빠지는 길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뒤로 35년 만에, 징세 방식을 크게 바꿔보자는 제안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러한 제도를 고안한 이유는 ‘부가가치세 배달사고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예상 부가가치세 징수총액과 실제 징수금액 간 격차(VAT Gap)를 산출한 결과, 2011년 11조200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율 역시 17.8%로 유럽연합(EU) 25개국 평균치인 12%를 크게 웃돈다. 실제 ‘폭탄업체’를 동원해 거액의 부가가치세를 탈루하는 범죄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고의로 도산하는 폭탄업체를 수입업체·도매업체·소매업체 사이에 끼워넣은 다음, 거래 실적을 몰아주고 파산해 버리는 방식으로 부가가치세 납부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앞서 2003~2005년 금 도매업자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8422억원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08년부터 금 거래 과정에는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가 도입됐다. 실제로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금 관련 부가가치세 탈세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 영훈국제중 결국 입학비리…‘귀족학교’의 예고된 탈선
■ 프로농구도 승부조작 소용돌이…현역 감독 곧 소환
■ “또 외톨이 될까봐”…개학날 여중생 자살
■ 재형저축 판매 시작…최고 금리 은행은 어디?
■ ‘JSA 의문사’ 김훈 중위 순직 인정될 듯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