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및 주요 계열사 2012년 경영 실적(단위:원)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상선·엘리베이터 적자 수렁에
‘숨은 실세’ 황두연 검찰 수사
현정은 회장 리더십도 시험에
‘숨은 실세’ 황두연 검찰 수사
현정은 회장 리더십도 시험에
현대상선은 이달 초 20여명의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14일 현재 이미 10명은 사표를 쓰고 퇴사했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2000년대 들어 이번이 세번째다. 현대그룹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어려움은 곧 그룹의 어려움이다. 더욱이 최근 검찰이 현대그룹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황두연 아이에스엠지코리아 대표에 대해 수사를 착수하면서 더욱 난처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 계속되는 마이너스 현대상선은 지난해 5198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운 경기의 불황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에 이어 현대건설을 두고 현대차그룹과 인수전을 벌이면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경영권 확보와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 회사채 발행, 파생상품 계약 등은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오듯’ 부채로 되돌아오고 있다.
현대그룹 쪽은 현재 보유한 현금이 1조원에 달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까지 갚아야 할 부채가 2조원에 달해, 하반기에도 해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또 이번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한도를 늘리는 계획도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 만약 현대중공업 등 다른 주주들이 반대하면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난해 4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737억원의 손실이 주요 원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을 펼칠 당시 우호 지분을 늘리려고 파생상품사에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해 계속 손실을 메워주고 있다. 여기에 2대 주주인 신들러와의 법적 분쟁도 걸림돌이다. 신들러는 파생상품 계약 연장 금지와 신주발행 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매출은 대부분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두 회사가 어려워지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 현정은 회장 취임 10주년 현대그룹은 지난 12일 황두연 대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내용은 “현대그룹은 황두연씨로부터 부당한 경영개입을 받은 적이 없다. (황두연씨가 보유한 회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도 터무니없다” 등이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의혹에도 지금껏 함구하다 이제야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대그룹 직원들도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한 직원은 “황씨가 소유한 회사가 현대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받아간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뒤늦게 의혹을 부인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 회장은 오는 10월 취임 10주년을 맞는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유엔아이,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아산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 혹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그만큼 해마다 연봉도 수억원을 받고 있다. 경영에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경영상의 어려움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눈길이 모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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