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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영학원론·기초설계…‘기업대학 열공모드’
고졸 직원들 “꿈은 이루어진다”

등록 2013-03-17 17:38수정 2013-03-17 21:05

14일 경기도 가평의 한화인재경영원에서 열린 한화기업대학 교육 과정에서 호텔경영학과 소속 고졸사원 40명이 ‘호텔경영론’ 수업을 듣고 있다.
14일 경기도 가평의 한화인재경영원에서 열린 한화기업대학 교육 과정에서 호텔경영학과 소속 고졸사원 40명이 ‘호텔경영론’ 수업을 듣고 있다.
‘한화기업대학’ 개교뒤 첫 수업
‘실무+교양’ 조화시키는 교육
1년에 온·오프 400시간 강행군
수료 땐 대졸직군 전환 기회
“피곤하지만 미래 위해 공부”

LG전자·현대백화점도 운영
학위 인정 사내대학은 7곳

군산마이스터고를 다니던 정우영(19)씨는 지난해 3월 ‘한화 고졸 공채’라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서를 냈다. 500명을 뽑는 당시 시험에서 2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그해 11월 한화건설로 입사해 현재 세종 열병합발전소 건설현장에 있다.

“형들은 대학 갔지만 저는 취직해서 돈 벌고 싶었다”고 씩씩하게 말하는 그였지만, 대졸사원과의 ‘갭’(차이)은 현실이었다.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배열회수보일러(HRSG), 가스터빈같이 기본 용어부터 어렵더라고요. 배우면 분명 일하는 데 이득이 되겠죠?”

지난 14일 찾은 경기도 가평 한화인재경영원 강의실에는 정씨처럼 앳된 얼굴의 고졸사원 200여명이 미래를 꿈꾸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과 간간이 터져나오는 웃음은 여느 대학 캠퍼스와 다를 바 없었다. 지난 4일 개교한 ‘한화기업대학’의 첫 오프라인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최근 대기업들의 고졸사원 채용이 늘어나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기업대학 개설이 늘고 있다. 지난 정부의 고졸 채용 확대 정책에 따라 고졸사원을 채용한 기업들이 이제는 이들을 회사에 ‘연착륙’시켜야 하는 ‘숙제’를 하는 가운데 나온 하나의 해답이다.

기업대학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고졸직원과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연평균 300시간 이상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의 설립인가를 받아 설립되며, 정부로부터 비용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졸업하면 학위를 수여하는 사내대학(교육과학기술부 인가)과 달리, 학사 학위는 수여되지 않는다. 설립요건·교육과정 운영이 사내대학보다 덜 까다로워 기업들이 선호한다. 지난해 10월 엘지(LG)전자를 시작으로 현대백화점·한화 등이 기업대학을 운영중이다. 사내대학은 케이디비(KDB)금융대학, 에스피시(SPC)식품과학대학 등 7개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기업대학의 성공 여부는 우선 고졸사원들이 실무에 필요한 직무지식과, 대졸사원들에 버금가는 교양지식을 쌓도록 교육과정을 조화시키는 데 달려 있다. 자칫 “정부 지원으로 실무교육을 대신한다”, “교육이 실무와 동떨어져 있다”는 상반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한화기업대학의 수업현장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엿보였다.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20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 시험을 거쳐 168명을 뽑았고, 이전에 입사한 고졸사원 40여명에게도 기회를 줬다. 5개 학과(기업실무학과, 금융학과, 호텔경영학과, 건축학과, 경영학과)에 입학한 고졸사원들은 앞으로 3년 동안 전공 15과목 및 교양 6과목을 필수 수강해야 수료할 수 있다. 경영학원론·기초설계·회계입문 등 일반대학 신입생들과 배우는 과목도 비슷하다. 한화는 경희사이버대학교와 함께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강사진은 일반대학의 외래강사들로 채워 수업의 질을 높이려 했다.

정하영 학장(한화인재경영원 부원장)은 “기업대학은 인재 양성과 숙련직원 양성이라는 두 측면을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점제도와 군 미필자를 위한 휴학·복학 등 학사시스템도 일반대학과 비슷하게 갖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을 수료한 고졸사원들이 인사에서 기회를 보장받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정 학장은 “직접 겪어보니 대졸 신입사원과 큰 차이가 없더라. 지원시스템만 갖추면 잠재력이 발휘될 텐데, 이 점이 가장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한화는 교육과정을 수료한 고졸직원들에게 5년 근무 뒤 대졸 직원과 동일한 경력을 인정하는 직군 전환과 승격 기회를 줄 예정이다. 정 학장은 “이 친구들이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공장장 등 조직의 리더가 나와야 고졸사원 채용이 정착될 수 있다. 기업대학은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고졸사원들에게 일과 학업의 병행이 당장은 힘겨운 일이다. 이들은 1년에 180시간의 오프라인 교육과 220시간의 온라인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대졸 중심 사회라는 ‘현실’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화플라자호텔에서 일하는 강혜진(19)씨는 “고졸이라는 것에 스스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공부하려면 휴식시간도 줄고 피곤하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강씨는 “수료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다. 언젠가 지배인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플랜트본부장이 되고 싶다던 정우영씨는 “사우디, 요르단처럼 외국 건설현장에 가려면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가평/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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