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영향 과거보다 줄고 있지만
세계경제 저성장에 대응 어려워져
세계경제 저성장에 대응 어려워져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엔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기업에 미치는 체감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자동차·철강·가전·섬유 산업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18일 낸 ‘엔저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의 월별 환율·수출입 자료를 분석해보니, 원/엔 환율 1% 하락이 그 해 우리나라 총 수출을 0.18%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간을 확대해 2000~2012년 사이를 분석하면 원/엔 환율 1% 하락 시 그 해 수출이 0.51% 줄어드는 것에 견줘, 엔저의 영향이 2005년 전보다는 줄어든 셈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는 석유제품·반도체·조선 등 환율 민감도가 낮은 산업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한·일간 제품 차별화의 진행에 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번 원/엔 환율 급락이 세계경제 저성장기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1990년대, 2000년대 중반의 엔저 사례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1995~1997년, 2004~2007년에 각각 원/엔 환율이 급락했지만, 당시 세계경제 성장률은 3.9~5.1%로 성장기였다. 해외 수요 부진으로 일본과의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고, 일본 제품의 수출가격 인하에 대한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엔저가 기업에 미치는 체감 영향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일 간 수출 경합관계와 산업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동차·철강·가전·섬유 등 4개 산업이 채산성 악화와 수출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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