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새판짜기 제안에
울며 겨자먹기식 기득권 포기
삼성물산 랜드마크 시공권
조건부 반납할듯
28개사 이해 엇갈려 험로 예상
울며 겨자먹기식 기득권 포기
삼성물산 랜드마크 시공권
조건부 반납할듯
28개사 이해 엇갈려 험로 예상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출자사 과반수가 기득권 포기를 뼈대로 한 코레일의 용산사업 정상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용산사업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파산 위기에서 한발 벗어나 사업계획 변경 등 ‘새판짜기’를 통한 회생의 길을 모색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화 방안에 따른 자금 조달과 사업계획 변경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확실한데다,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사이에 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어 앞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은 용산사업 29개 출자사 가운데 16개사로부터 코레일이 제시한 ‘용산사업 정상화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답변서를 전달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주요 출자자인 삼성물산은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함께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공사비 1조4000억원 규모의 111층 용산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내놓는 데 따른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따낸 정당한 시공권을 조건 없이 포기할 순 없다는 게 삼성물산의 판단이다. 삼성물산은 출자액 640억원(지분 6.4%)을 제외하고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따낸 대가로 전환사채(CB) 688억원을 인수했다.
일부 출자 건설사들은 정상화 방안을 수용하지만 기본 시공물량을 공사비 외에 수익을 따로 보장하는 ‘코스트 앤 피’(Cost-Fee) 방식으로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건설 출자사들은 자본금 출자액 20%(2000억원)에 비례해 기본 시공물량으로 배정받기로 한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또 다수의 출자사들은 사업 무산 때는 청구권을 포기하라는 코레일 제안은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일정 기간 동안은 유예하는 등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정상화 방안이 가닥을 잡으면 연말까지 2600억원의 운영자금을 용산사업에 집어넣고 자본금을 1조원에서 5조원으로 단계적으로 증액해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 이사회와 자산관리회사인 용산개발역세권㈜ 이사회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한편 연말까지 사업계획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출자사들 과반수가 정상화 방안에 동의한 것을 환영한다. 25일 이사회를 열어 코레일 지원과 사업계약 변경 등을 안건으로 심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자사 다수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물밑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 출자사들이 사업 무산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코레일의 제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또 용산개발 출자사들은 건설(삼성물산 등), 재무(케이비자산운용 등), 전략적(코레일) 투자자가 뒤섞여 있는 탓에, 앞으로 사업계획 변경 등 경영 판단 과정에서도 엇박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공학)는 “예를 들어 건설사는 시공권을 따낸 뒤 높은 공사비용을 받길 원하지만,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건축비 자체가 감축해야 하는 비용에 불과하다”며 “개발업체인 드림허브 안에 건축비를 높여 받길 원하는 건설업체와 높은 수익 배당을 요구하는 재무투자자가 한 배를 타고 있는 이상 언제든 다시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종훈 노현웅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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