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었다가 자진 사퇴한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9층 공정거래조정원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 “금융상품 만기 돌아와서
다시 새 상품 가입한 것” 해명
일부선 “국외비자금 연관” 제기
다시 새 상품 가입한 것” 해명
일부선 “국외비자금 연관” 제기
수십억원대 국외 비자금 운용 및 탈세 혐의와 관련해 25일 자진 사퇴한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해 이후 국내 은행들에 신규 예금계좌를 집중 개설하고,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씩 뭉칫돈을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 거액 예금이 국외 비자금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만수 전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자료를 보면, 본인 명의 예금으로 국민은행 46억4607만원, 신한은행 31억8906만원, 씨티은행 6억9381만원, 하나은행 4억6050만원 등 모두 90억6771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이후 1억원 이상 신규 예치된 예금만 11건, 86억7507만원에 이른다. 한 예로 지난해 5월14일에 신한은행 정기예금에 10억9394만원을, 3개월 뒤인 8월3일에 국민은행 정기예금에 33억2600만원을 예치했다. 한 후보자의 은행 예금은 대부분 만기 1년짜리 단기 금융상품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한 전 후보자가 2011년 국세청에 국외 계좌를 신고하고 5년치 탈루세금을 납부한 뒤, 비자금 계좌를 그대로 방치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분산 은닉하든가, 국내로 들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외의 떳떳지 못한 돈을 국내로 들여올 때는 흔히 제3자와의 거래방식을 동원한다. 국외의 제3자에게 받을 돈이 있는 것처럼 꾸민 뒤, 그 사람으로부터 (비자금으로 운용하던) 돈을 송금받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전 후보자는 사퇴 전에 공정위 간부들과 회의에서 “금융상품에 넣어둔 자금이 만기가 돌아와서, 다시 새로운 예금상품에 가입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전 후보자는 <한겨레>가 비자금의 국내 반입 여부에 대해 물었을 때 답변하지 않았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도 “한 전 후보자가 2012년 이후 개설한 은행예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공정위에 직전 5년간 한 전 후보자의 국내외 계좌내역 제출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한 전 후보자가 일했던 김앤장 등 다른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도 국외 비자금 운영 및 탈세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 전 후보자는 사퇴 이전에 “(국외 계좌는) 외국 고객과 관련된 자금”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평소 외국기업에 대한 변론이 잦은 대형 로펌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임원은 “역외 탈세 문제가 비단 한 전 후보자 한 명만의 문제라고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전 후보자의 비자금 계좌가 과거에 몸담았던 대형 로펌들 소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역외 금융계좌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역외 탈세 양성화 차원에서 별도 세무조사를 안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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