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유연탄 수송입찰 따내
“올 초 스폿 물량으로 자격 충족”
내부거래 규제 앞두고 한숨 돌려
그룹경영권 승계 여건 마련에 탄력
국내 해운업 과점 깨질지도 관심
“올 초 스폿 물량으로 자격 충족”
내부거래 규제 앞두고 한숨 돌려
그룹경영권 승계 여건 마련에 탄력
국내 해운업 과점 깨질지도 관심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가 회사 설립 뒤 처음으로 그룹 외부에서 장기운송계약을 따냈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25일 실시한 유연탄 수송 입찰에서 현대글로비스-대보인터내셔널쉬핑 컨소시엄이 사업을 땄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2015년부터 10~15년간 파나맥스 벌크선으로 연간 유연탄 800만~1200만t을 수송하는 건이다. 파나맥스 벌크선이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가운데 가장 용량이 큰 배다.
이로써 현대글로비스가 실질적인 해운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현대제철의 철광석만을 실어 나르며, 화주이면서 수송까지 담당하는 ‘2자 물류업체’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해 최초로 따낸 장기 외부 운송 계약은 한집안인 범현대가의 현대오일뱅크와 맺은 10년간 원유 수송 건이어서 실질적인 외부 물량은 없었던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랫동안 그룹 바깥의 일감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가 실시한 유연탄 수송업체 입찰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외부 물량 100만t 이상 수송 실적 또는 1년 이상 장기 운송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자격 조건에 걸려 떨어졌다. 이번 입찰 때도 같은 조건이었지만, 이번에는 115만t의 수송 실적을 제출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수송 실적을 채우려고 연초 ‘스폿성’(초단기성) 긴급 물량 수송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운업체로 탈바꿈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위치와 얽힌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승계 구도와 순환출자구조 해소라는 과제를 고려할 때 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중요한 양축이다. 현대글로비스의 1대 주주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지분 31.88%)이다.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높이고 순환출자 해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2005년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편법 증여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아울러 2011년 전체 매출 7조5478억원 가운데 내부거래가 6조5514억원(86.8%)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새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올해부터 시작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방침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운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다급해진 것은 대형 해운업체들이다. 이번 입찰에 현대상선, 한진해운, 에스티엑스(STX)팬오션, 에스케이(SK)해운 등 내로라하는 해운사들은 대부분 참여했으나 현대글로비스에 패했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싼 값에 입찰에 참여해 경쟁할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까지 뛰어들어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글로비스의 행보와 관련해 한전 등 사실상 대형 화주들의 물량을 독점해온 대형 해운업체들의 과점 현상이 깨질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대형 선사들은 독자적으로 혹은 끼리끼리 입찰에 참여했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중소 선사를 포함시킨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훈 이승준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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