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정책점검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토요판] 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기획재정부가 28일 민생 안정과 창조경제 구현,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은 2013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한달 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 140대 국정과제가 향후 5년간 추진할 정책의 큰 방향이었다면, 이번 것은 정부가 올해 시행할 경제정책의 세부 밑그림에 해당한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한달 지지율은 44%에 불과해, 김영삼 대통령 이후 5명의 대통령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한달이 넘도록 정부 구성이 제대로 안 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경제분야만 살펴봐도 정부가 할 일은 산적해 있다. 당장 정부 스스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대폭 낮춰 잡을 정도로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정부의 당면과제는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한 단기부양책 외에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대책,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대책,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 대책, 복지 재원 마련 대책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지도 추락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라는 점에서 남을 탓할 수도 없다. 대통령의 실책 중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인사 실패와 불통형 국정운영 방식이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 간부조차 “대통령의 차관 인사는 B급, 장관 인사는 C급”이라고 혀를 찰 정도다. 현 경제위기를 타개해야 할 경제팀의 인사 실패는 특히 심각하다. 경제팀 수장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리더십·능력·소신·책임과는 거리가 있는 ‘4무 후보’라는 말을 듣는다. 경제민주화의 첨병 구실을 해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형 법무법인(로펌) 출신을 지명해, 국외 비자금 운용 및 탈세 혐의가 드러나 자진 낙마하는 초유의 난맥상을 자초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4월은 사실상 새 정부의 성패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박근혜 정부는 별로 한 게 없으면서 이미 40일 가까이 까먹었다. 정부는 최근 각 부처에 ‘공약 100일 이행계획’을 제출받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또 4월 국회에서 법 개정 성과가 부진하면, 부처별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국정과제의 상당수는 법 개정과 연관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회에서 법을 바꾸지 못한다면 구두선으로 끝나 버린다.
4월이 박 대통령에게 ‘잔인한 달’이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여당과 청와대 일각에서 나타나는 ‘역풍’ 조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경제민주화 공약 관련 법안을 주로 다루는 상임위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부당 단가인하 등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31번째, 30번째 국정과제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속한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내가 있는 한 절대 법안 통과는 안 된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명수 의원도 최근 기업인의 경영활동과 관련한 배임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지배주주의 배임·횡령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의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민심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한강의 기적을 바라고 있다”며 시대정신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일부 보수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박근혜 공약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예상됐던 일이지만, 공약을 무력화시키려는 기득권자들의 저항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안팎의 ‘반 공약 세력들’을 모두 제압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 더 낭비할 시간이 없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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