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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석유 대신 톱밥에 현미경
정유회사 이유있는 일탈

등록 2013-04-07 20:24수정 2013-04-07 22:15

2일 대전 유성구 문지동에 위치한 지에스(GS)칼텍스 중앙기술연구소에서 직원이 바이오부탄올 발효기를 점검하고 있다. 폐목재·톱밥 등에서 분리된 당과 미생물이 발효기안에서 24~30시간 발효되면 바이오부탄올이 생산된다. GS칼텍스 제공
2일 대전 유성구 문지동에 위치한 지에스(GS)칼텍스 중앙기술연구소에서 직원이 바이오부탄올 발효기를 점검하고 있다. 폐목재·톱밥 등에서 분리된 당과 미생물이 발효기안에서 24~30시간 발효되면 바이오부탄올이 생산된다. GS칼텍스 제공
‘바이오유전’ 연구 GS칼텍스
바이오부탄올의 원료가 되는 톱밥. GS칼텍스 제공
바이오부탄올의 원료가 되는 톱밥. GS칼텍스 제공

2007년부터 ‘바이오부탄올’ 연구
탄소배출 적어 원유대체연료 각광

“바이오연료 식용작물 사용 반해
폐목재 등서 추출 도전해볼만”

연속발효기로 비용 등 다소 해결
산업용 집중…자동차 연료도 노려

지난 2일 찾은 대전 유성구 문지동 지에스(GS)칼텍스 중앙기술연구소의 창고 안에는 고운 가루 형태의 톱밥과 잘게 쪼개진 나뭇조각이 담긴 자루가 쌓여 있었다. 윤활유 제품 연구실, 촉매연구실 등을 갖춘 정유회사 연구소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신용안 바이오케미칼 연구팀장은 “땅속에 유전이 있다면, 이곳은 지상의 바이오 유전이라고 보면 된다. 석유에서 만드는 것을 다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창고 안에 보관된 것들은 지에스칼텍스가 2007년부터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바이오부탄올’의 원료였다.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과 함께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연료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석유 대신 톱밥이나 나무조각 등을 재료로 자동차연료·의약품·화장품·합성고무·페인트 등을 만드는 연구에 정유사가 왜 나서고 있는 것일까?

승도영 연구소장은 “탄소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흐름이 커지는 상황에서 바이오에너지는 석유의 대체재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등의 사용이 활발한 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 세계 바이오연료 시장이 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에스칼텍스가 이미 상업적 이용이 활발한 바이오에탄올·디젤보다 바이오부탄올에 집중하는 것은, 열량이 높은데다 정유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장시설·파이프 등을 활용해 자동차 연료나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탕수수·옥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디젤이 ‘식량자원 파괴’라는 비판에 부딪힌 반면,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 볏짚, 해조류, 팜유 부산물 등 버려지는 것들을 원료로 삼아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팀장은 “바이오부탄올은 식용 작물을 사용하지 않는 등 기존 바이오 연료보다 뛰어난 자원으로,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문제는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이다. 무색의 액체인 바이오부탄올은 잘게 쪼갠 폐목재 등을 황산과 섞어 ‘당’을 분리하고, 미생물(박테리아)이 이 당을 먹어 분비(발효)한 물질(24~30시간 소요)을 분리·정제해 생산한다. 바이오부탄올은 이때 수율(투입량 대비 생산량 비율)이 낮고 생산속도가 느리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지에스칼텍스는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49%에 머물던 수율을 87%까지 끌어올리고,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연속 발효기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3배 높이고, 분리·정제 비용도 기존보다 70%를 줄였다. 이 기술을 이용해 현재 1ℓ 기준 휘발유보다 3~4배 비싼 가격이 12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외 사례를 보면, 영국 석유회사인 비피(BP)와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이 합작한 부타맥스가 차량용 바이오부탄올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지에스칼텍스는 현재 차량용보다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일 산업용 바이오연료에 집중하고 있다. 부탄올은 의약품, 향료, 알코올·도료 용제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이다.

현재 지에스칼텍스는 2013~2014년 사이에 상업화 전단계인 데모플랜트 건설을 검토하고 있고, 원료가 풍부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신 팀장은 “현재 석유계 부탄올에 비해 10~20%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상태다”고 말했다. 부탄올 뿐만 아니라 당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타디엔(합성고무 원료), 메틸에틸케톤(MEK·페인트, 잉크 원료) 등의 제품도 상업화할 계획이다.

물론 자동차용 연료시장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승 소장은 “환경 유행성도 계속 검증해봐야 하고, 바이오에탄올보다 떨어지는 옥탄가, 가격경쟁력 등을 개선해야 하는 등 검토해야 할 게 많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연료혼합의무화제도(RFS·정유사가 휘발유, 경유를 공급할때 바이오 연료 혼합을 의무화하는 제도)’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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