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
“기관장 교체도구 활용될수도
수익성 강조만이 능사 아냐”
“기관장 교체도구 활용될수도
수익성 강조만이 능사 아냐”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평가가 오히려 각 기관의 공공성을 해치고 있으며, 기관장 교체를 위한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한겨레>가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정책평가연구원(연구원)의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지표 분석 및 개선을 위한 연구’ 보고서는, “현행 공공기관 평가는 경영효율성(수익성)을 중심으로 설계돼, 각 공공기관은 고유업무에 대한 충실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 공공기관의 고유한 특성인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국토교통부의 연구용역으로 발간됐다.
연구원은 공공성 약화의 원인으로 △주무 부처와의 정책조율 약화 △사업지표 설정 부실화 △기관장 임기와의 연관성 등을 꼽았다. 먼저 주무 부처와의 정책조율 약화를 보면, 공공기관 평가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국가 정책과 관계없이 기관이 운용되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도로공사와 토지주택공사를 그 예로 들었는데, 두 기관 모두 지난해 부채 관리를 위해 투자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도로공사는 국고가 함께 지원되는 사업 외에 다른 도로 투자를 최소화했고, 토지주택공사는 예산 규모를 2011년에 비해 6조원이나 줄여, 사업집행률이 68.7%에 머물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평가 기준이 고유사업을 게을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항목을 보면, 고유업무에 대한 평가인 사업지표 평가의 비중은 45%에 불과하고, 권장정책 이행실적 등 ‘비사업지표’ 비중은 55%에 이른다. 이 때문에 각 기관이 고유업무보다 ‘국책사업’ 등을 더 중시하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4대강 사업을 떠안으며 빚더미에 앉았던 한국수자원공사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2011·2012년 연속 ‘A’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경영평가 결과가 기관장의 진퇴와 직결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경영평가가 낮은 기관장의 경우 ‘해임을 권하는 절차’를 거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무조건적인 수용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때문에 해마다 경영평가를 앞둔 공공기관들이 높은 점수를 받으려 ‘총력전’을 벌이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사상이 정부 운용의 기조가 되고 있지만, 공공기관에는 수익성만을 강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평가과정에 주무부처 참여 △‘사업지표’의 배정 강화 등을 제안했다.
박수현 의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은 국민 전체에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본말이 전도된 평가 방식으로 공공성이 약화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경제학)는 “국가주의 개발모델을 답습할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정부에 유일하게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공공기관이 공공성을 되찾는 것”이라며 “기재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공기관 평가가 또다시 기관장 물갈이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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