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전세계가 주시하는 ‘기자 4인의 입’

등록 2013-04-24 20:04수정 2013-04-25 10:10

조세피난처 자료 확보한 ‘국제탐사언론인협회’
허름한 건물…상근 언론인 4명뿐
260기가 분량 정보 수개월간 분류
세계 46개국 기자들과 함께 작업
지난 18일 <한겨레> 기자가 방문한 미국 워싱턴 17번가 910번지(17st. 910)에는 허름해 보이는 갈색 건물이 서 있었다.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단체인 ‘공공 진실 센터’(The Center of Public Integrity)는 이 건물의 2층과 7층에 입주해 있다. 그리고 최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의 고객 명단을 입수해 발표한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탐사협회)는 이 모임의 하부조직으로, 같은 건물에 몇개의 사무실을 얻어 쓰고 있다. 자료 뭉치와 신문 더미가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사무실에 탐사협회의 상근 언론인은 4명뿐. 그러나 각국 정부와 언론은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막대한 부를 조세피난처에 숨겨둔 독재자와 기업인, 정부 관계자들 역시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4명의 언론인이 이러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데는 진실의 힘과 느슨한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언론인인 제라드 라일 탐사협회 대표는 <캔버라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3년여 동안 ‘파이어파워’라는 기업의 조세 회피 사건을 추적했다고 한다. 파이어파워는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두고, 장부를 꾸며 자금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 260기가바이트에 이르는 조세피난처 계좌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 혼자서 이 정보를 감당할 수 없었던 라일 대표는 미국의 탐사협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자료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라일이 입수한 자료는 전자우편, 계좌금융 정보 등 온갖 잡다한 내용이 250만건에 이르렀다. 어려움을 겪던 라일에게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사업가가 도움을 줬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료를 정렬해 주는 ‘눅스’(nuix)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탐사협회는 수백만건의 정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재분류할 수 있었다. 라일 대표는 “이는 물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분류 작업에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탐사협회가 1차 분석을 완료한 명단에는 세계 각국 수많은 인사들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어떤 인물이 문제가 되는지, 또 어떤 계좌가 조세회피를 위해 사용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온전히 탐사협회의 몫이었다. 라일 대표는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의 보도를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가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했다. 이때 힘을 발휘한 것은 전세계 언론인의 느슨한 네트워크였다. 이들은 인터넷 자료 공유 서비스인 드롭박스와 스카이프 화상 전화를 이용해, 자료를 나누고 각자 취재를 진행했다. 그가 <한겨레> 기자와 만난 지난 18일 오후 4시께에도 그는 막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길이었다. 라일은 이렇게 세계 46개국 출신 기자 86명과 함께 작업을 벌여, 지난 4일 1차 성과물인 조세회피자 명단을 발표할 수 있었다. 최초 자료 입수로부터 2년여 시간이 흐른 뒤였다.

라일 대표를 만나고 돌아서는 길, 사무실 한켠에는 ‘공공 진실 센터’의 홍보물이 놓여 있었다. 군청색 표지의 맨 앞장에는 “우리의 사명은 탐사 보도를 통해, 권력의 남용과 부패, 공적 신뢰에 대한 배반을 폭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데 있다”고 적혀 있었다.

워싱턴/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 먼길 돌아 국회로
통신비 아끼려…‘유심 단독개통’ 급증
요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직장인에게 SNS란? “상사가 볼까봐 스트레스”
[화보] 국회입성 안철수의 미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