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최대사용처는 룸살롱
접대비 초과 10곳 모두 제약업체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 전가”
접대비 초과 10곳 모두 제약업체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 전가”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액 가운데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쓰인 금액이 1조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연구원 손원익 선임연구위원은 28일 국세청과 한국신용평가 자료 등을 활용한 ‘접대비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분석하고, 세법상 접대비의 손금 산입 제도에 대해 정책 제언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1년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된 법인카드 사용금액은 1조4137억원에 달했다. 2007년부터 최근 5년 동안 매해 1조4000~1조5000억원이 유흥업소에서 사용됐는데, 2007년 1조5904억원·2008년 1조5282억원·2009년 1조4062억원·2010년 1조5335억원 등이었다.
법인카드 사용액 가운데 룸살롱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2011년 법인카드 사용액을 업종별로 분석한 내용을 보면, 룸살롱 9237억원, 단란주점 2331억원, 나이트클럽 507억원, 요정 438억원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기업당 평균 접대비는 4억95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접대비 사용이 가장 많은 업종은 제약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세법은 접대비 사용액 가운데 세법상 지출 개념인 손금으로 산입할 수 있는 매출액 비율 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한도를 넘어서 접대비를 사용하는 기업은 제약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의료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접대비 현황을 통해서도 드러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6년간 접대비 한도 초과 상위 10개 기업 60곳 가운데, 49곳이 제약업체였다. 특히 2007년에는 접대비 한도 초과 기업 10곳이 모두 제약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체를 제외하면, 주류 제조업체와 농약제조업체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율에서도 음료제조업(0.95%), 의료용품 및 의약품제조업(0.75%) 등이 수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접대비 사용액이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 전가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손원익 선임연구위원은 “접대비 지출 비율이 크게 높은 제약업과 주류 제조업의 과도한 접대 행위는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접대비를 지출로 잡을 수 있는 손금 산입 한도를 올려주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접대비 지출이 유발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이런 요구를 받아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특히 접대비 가운데 유흥업소 지출을 축소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간접적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