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
“동결” “인하” 3대3 팽팽히 맞서
김중수 “성장 잠재력 저조하지 않다”
동결쪽 손 들어줘 4대3으로 통과
“동결” “인하” 3대3 팽팽히 맞서
김중수 “성장 잠재력 저조하지 않다”
동결쪽 손 들어줘 4대3으로 통과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가 둘로 나뉘었다.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낮출지 여부를 놓고서다. 30일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리동결 결정은 1표 차이로 통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7명의 위원 가운데 동결과 인하 주장이 각각 3 대 3으로 팽팽히 맞서다 막판에 김중수 총재가 동결 쪽에 손을 들었다. 대체로 유화적이라 평가받는 ‘김중수호’ 체제의 금통위원들 성향을 고려하면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을 두고 금통위원들끼리도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방증이다.
‘4 대 3의 판세’가 드러나면서 시장은 개별 금통위원들의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금리인하와 같은 느슨한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가 주류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외로 반대 성향인 ‘매파’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매파와 비둘기파는 통화정책의 기조에서부터 생각이 갈린다. 매파는 물가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중시하는 반면에 비둘기파는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방점을 둔다.
4월 금통위에선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위원이 성장세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성근 위원은 1월 금통위에서부터 줄기차게 일관되게 금리 추가인하를 주장해왔다.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진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회복이 의외로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근거다. 최근에는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과도한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덧붙였다.
물가 압력이 낮다는 주장에 매파 위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기대인플레이션이 3% 초반에서 더 이상 낮아지지 않는 가운데 무상보육·급식 등 제도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하반기에는 물가안정 목표치 상단인 3% 중반까지 물가가 오를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기진단을 놓고서도 뚜렷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금리인하를 주장한 금통위원들은 “세계경제의 회복세 약화,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미약해져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 우려가 크다” 혹은 “대내외 불안요소와 제약요인들로 인해 장기 성장추세를 하회하는 침체 국면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주장을 폈다. 일부 위원은 지금의 성장에너지를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의 ‘무동력 운항’(stall speed)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원식 한은 부총재를 비롯한 금리동결파 위원들은 “미약하나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계경제 회복 등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거나 “지난해 4분기 이후의 성장경로를 유지하면서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실물지표의 회복세는 더디지만 경기실사지수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지표는 확연히 호전되는 모습이다”라면서, 기존 한은 집행부 쪽의 경기진단과 전망에 동의했다. 김중수 총재는 “경제성장은 항상 전환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성장률 수준보다 성장 흐름에 대한 전망을 보면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비해 결코 저조하다고 볼 수 없다”며 동결론에 힘을 실었다.
김 총재는 “일본처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통화정책은 (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금리의 하한에 따른 제약요인을 항시 고민해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지난해 7·10월 두 차례 금리 인하 결정 때도 홀로 반대한 임승태 위원도 “금리인하에 따른 투자와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 입지만 축소시킬 완화적 통화정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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