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중단 8개월만에 재개
20일 전후 진행…충돌 예상
20일 전후 진행…충돌 예상
한국전력이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여덟달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과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공사가 재개될 경우 건설현장을 지키고 있는 반대 주민들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8개월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고, 12월 가동하는 신고리 3호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 공급을 위해 공사를 미룰 수 없다”고 15일 밝혔다. 공사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합의가 된 마을 중심으로 20일 전후에 진행될 전망이다.
한전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와 경남 창녕을 잇는 90.5㎞ 구간 송전설비(765㎸급·161개 송전탑) 건설을 2005년부터 추진해 왔지만, 2008년부터 밀양 주민들의 반대로 4개면 52개의 송전탑 건설이 중단됐다.
정부와 한전이 공사 재개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전력난’이다. 한전은 12월 가동 예정인 신고리 3호기를 비롯해 2014~2019년까지 완공 예정인 신고리 4~6호기가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해왔다. 올해까지 이어질 전력난 해소를 위해 3조원을 투자해 건설한 울산 신고리원전 3호기를 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신고리원전 3호기가 시간당 생산하는 140만㎾의 전력이 올해 겨울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수급 차질을 이유로 한전이 20일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모임인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밀양 주민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공사 재개를 발표한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대책위는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생산될 전기는 기존 송전선로의 용량을 키우면 가능하다. 이것은 지난해 한전도 인정한 사실인데, 갑자기 말을 뒤집었다”고 밝혔다. 한전이 충분히 주민들을 설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전은 보상 방안만 귀가 아프도록 이야기했고, 주민들은 보상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한전에 거듭 요구했다. 이 때문에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이나 전문가들은 밀양 송전탑 문제의 밑바닥에는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공급 중심 에너지정책, 원거리 대량 수송 중심의 전력정책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 에너지정책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밀양 송전탑 같은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환경단체는 “공급 중심의 대규모 원자력 건설을 멈추고, 에너지 저소비 기술 개발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밀양송전탑은 결국 신고리 3~6호기 원전을 위해 건설되는 건데 정부는 송전탑에 대한 고려 없이 우선 발전소를 짓는 데만 급급하다. 이는 전형적인 중앙집중식의 공급 중심 정책이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처음부터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준 김정수 기자, 밀양/최상원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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