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려는 데 반대하는 경남 밀양시 단장·산외·상동·부북면 주민들과 시민들이 지난달 24일 밀양시 내일동 영남루에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제100회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촛불문화제는 지난해 1월 주민 이치우(74)씨가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분신 자살한 뒤 시작됐다. 밀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밀양 송전탑’ 주민-한전 갈등 쟁점
대책위, 전문가협의체 통한
‘제3대안’ 강구 요구했지만
한전쪽 난색으로 이견 못좁혀
기존선로 활용 방안도 평행선
대책위, 전문가협의체 통한
‘제3대안’ 강구 요구했지만
한전쪽 난색으로 이견 못좁혀
기존선로 활용 방안도 평행선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갈등은 2005년부터 시작돼 8년째 계속되고 있다. 본격적인 갈등은 정부가 2007년 11월 756㎸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승인하고 사업이 본격화된 2008년 7월부터 빚어졌다. 한국전력과 주민들은 물리적인 충돌을 빚다가 협상테이블에 앉기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난 13일 한전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조경태 민주당 의원 주재로 열린 6차 토론회에서도 서로 견해차만 확인하고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보상안을 충분히 제시했고, 전력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공사 재개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는데, 8년여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 송전선로 건설은 겨울 전력난 때문? 정부와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최근 3년 동안 여름과 겨울에 계속되는 전력난 때문이다. 올해 12월 가동 예정인 신고리 3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공사기간을 고려해 5월 중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고리 3호기가 시간당 생산하는 전력 140만㎾는 최근 고조돼온 전력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한전은 “타 지역으로부터 150만㎾를 공급받는 영남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송전선로는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의 전력공급을 이유로 꼭 지금 공사를 재개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와 국회 토론회 등에서 신고리 3호기의 경우 기존 고리~신울산 345㎸ 송전선을 활용하면 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신고리 3호기를 이유로 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전의 송전선로 건설은 신고리 3호기뿐만 아니라 2014~2019년 완공될 예정인 신고리 4~6호기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대표는 “우선 주민들과 충분히 대안을 논의하고, 신고리 4~6호기는 이후에 방안을 고민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이론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기존 설비를 활용할 경우 과부하가 걸려 전력 계통망 불안과 정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송전선로 건설에 매달리는 이유는 원전 수출과도 관련 있다. 한진현 산업부 차관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쪽에 신고리 3호기 정상운행 모습을 보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과 같은 모델인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인 APR1400이다.
■ 송전선로 땅속에 묻는 지중화 요구 이에 대책위는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송전탑 건설이 중단된 밀양시 4개 면(단장면·산외면·상동면·부북면) 30㎞ 구간만 지중화하자는 것이다. 지중화는 송전탑을 건설하는 대신 땅속에 송전선로를 묻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전과 지방자치단체가 건설 비용을 50 대 50으로 나눠 부담하는 지중화 사업은, 상대적으로 재정이 풍족하고 미관을 중시하는 도시 지역에서 진행돼 왔다. 전국 평균 송배전선(송전탑, 전봇대) 지중화율은 10%대인데, 서울의 경우 50%를 웃도는 이유다.
한전은 기술적인 난점과 막대한 비용 등을 이유로 지중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한전은 “세계적으로 500㎸까지 지중화 기술이 개발됐지만 765㎸급 지중선로는 건설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지중화를 할 경우 약 2조7000억원의 비용을 들여야 하고 공사기간은 12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제3의 대안’ 설득력은 얼마나? 대책위는 지중화가 쉽지 않다면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서 제3의 대안을 강구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기존 345㎸ 노선 또는 신울산~고리 구간 송전선로를 이용해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을 공급하자는 이야기다. 또는 함양~울산 고속도로 구간을 이용해 송전선로를 땅속에 묻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기존 송전선로 활용은 정전 우려 때문에 불가능하다. 고속도로 활용 방안도 공사비나 공사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문가협의체 구성은 공사를 재개한 뒤 병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이 최근 내놓은 보상안은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대책위는 현실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전은 송전선로 주변 지역에 매년 24억원을 지원하고, 지역특수보상사업비도 125억원에서 40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또 송전선로 주변 땅값 하락을 보상하기 위한 법안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하지만 대책위는 “한전이 제시한 보상안은 전국의 송전탑과 송전선로 관련 지역 모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것으로 그 액수가 해마다 1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것은 물론 법적 근거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승준 기자, 밀양/최상원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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