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단가인하 기술탈취 혐의 포착
정권초기 ‘대기업 군기잡기’ 분석에
공정위 “재벌사정 관련 없다” 강조
정권초기 ‘대기업 군기잡기’ 분석에
공정위 “재벌사정 관련 없다” 강조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 최대 포털사이트(네이버) 운영업체 엔에이치엔에 대한 현장조사에 이어 물류·시스템통합(SI) 등 다른 업종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도 조사한다.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한 핵심 국정목표인 창조경제 구현이 어렵다고 보고,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등 경제민주화에 드라이브를 걸 태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15일 “광고 업종의 제일기획에 이어 앞으로 물류·시스템통합 업종 등에서도 추가적으로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하루 전인 14일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을 상대로, 중소 광고회사를 상대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하도급행위를 한 혐의를 조사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네이버를 상대로 인터넷 벤처 및 중소 콘텐츠 사업자와의 거래에서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는지와,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물류와 시스템통합 업종에선 밀어내기, 부당 단가인하, 기술탈취 등의 혐의가 포착된 대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가 재벌 계열사를 상대로 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정권 초기에 관행처럼 이뤄졌던 재벌에 대한 군기잡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조사는 ‘재벌 손보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창조경제 구현에 배치되는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기획과 네이버의 경우, 중소 독립 광고회사와 온라인 골목상권 살리기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말 취임한 노대래 공정위원장도 최근 “중소 벤처기업과 같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창조경제의 구현을 적극 뒷받침하라”고 강하게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물류·시스템통합·정보기술(IT) 등은 대·중소기업 간 거래가 많은 대표적인 분야다. 공정위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태에서도 나타났듯 경제적 강자가 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행위를 통해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고 경제적 성과를 싹쓸이하는 ‘갑을구조’에서는 중소 벤처기업이 창의와 혁신을 꽃피우기 힘들고, 창조경제 구현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광고·물류·시스템통합 업종의 재벌 계열사들 사이에 관행화된 일감 몰아주기도 결국 독립적인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이에 대해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공정위의 조사 확대가 자칫 경제위기 속에서 투자 등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한 공정위의 조사 확대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지난 8일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조찬모임에서 창조경제 구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실제 삼성이 지난 13일 미래기술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 출연 계획을 발표한 직후라는 점에서 당혹해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과 대기업 간에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놓고 적지 않은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는 대기업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대기업의 불공정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기업이 중소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거액을 투입해도 불공정행위가 지속되는 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경련의 임상혁 상무는 “현실적으로는 불공정거래는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의 ‘갑-을 관계’보다,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 간의 ‘을-병 관계’에서 더욱 심하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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