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OCI회장 의심스런 자금 흐름
2007년 미공개정보 이용 수사때
사모펀드 수천억 차익 드러나
국세청 “역외탈세 끝까지 추적”
2007년 미공개정보 이용 수사때
사모펀드 수천억 차익 드러나
국세청 “역외탈세 끝까지 추적”
오씨아이(OCI·옛 동양제철화학)의 이수영 회장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계좌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각난 불법자금 이용 구조가 모습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계좌 개설 시점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주식거래 시점이 맞아떨어지는데다, 계좌 폐기 시점에 최근 재벌가의 비자금 창구로 불리는 미술관을 개설하는 등 흐름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수영 회장 쪽은 2006~2010년 사이에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개설해 외국계 자산운용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해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가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운용 명단을 공개한 직후였다.
오씨아이는 “미국 자회사인 오씨아이엔터프라이즈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100만달러 정도를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 계좌를 개설했을 뿐이며, 계좌를 없애면서 동일한 금액을 미국 내 다른 계좌로 이체한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오씨아이 부사장과 차남 이우정 넥솔론 대표는 2008년 ‘폴리실리콘 시제품 생산 성공’, ‘수천억대 납품 계약 체결’ 등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오씨아이 주식을 사고판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됐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남긴 부당이득(시세차익)이 10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되던 때에 또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오씨아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통해 누군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금감원 전자공시에는 또다른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등록된 ‘원에쿼티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1000억원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전부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서도 추적하려 했으나, (조세회피처에 연결돼 있어) 실패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도 “당시 수사는 고전적인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에 대한 것이었으며, 해외 펀드 부분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제도의 계좌를 통해 어떤 자금이 이동됐는지는 아직 ‘감시’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검찰에서는 이러한 해외 계좌 이용을 두 갈래로 판단한다. 신고되지 않은 개인 자금이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간 경우는 역외 탈세의, 법인 자금이 흘러든 경우는 비자금 조성의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기업 수사에 밝은 한 검찰 인사는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 불법성을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시점과 형식 면에서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가 폐쇄된 2010년 이 회장의 부인이 운영하고 있는 오씨아이 미술관이 개관했다. 검찰과 금감원 안팎에서 재벌가에 연관된 미술품 거래는 비자금 조성과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미술품에는 고정된 가격이 있지도 않고, 거래에 세금도 붙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조각으로는 퍼즐을 온전히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오씨아이 쪽도 “이 회장 개인 돈을 잠시 입금해 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역외탈세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국세청의 행보에 눈길이 모인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23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내용을 분석해 탈세 혐의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조사는 부분적으로 드러난 퍼즐 조각을 잇는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해외 계좌로 자금이 흘러들어간 경우는 사실상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관련된 그림을 최대한 그린 뒤 국내 법인을 압박해 실토케 하는 수순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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