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카피올라니 공원에서 바라본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시내 모습 /호텔닷컴 화면 갈무리
미국 하와이, 재산세 적어 한국 재벌들 ‘관심’
황용득 한화역사 대표 등 석연찮은 부동산투자
황용득 한화역사 대표 등 석연찮은 부동산투자
서울에서 7300여㎞ 떨어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 세계적인 관광지 와이키키 해변을 끼고 있는 이곳에는 고급 콘도미니엄 아파트가 즐비하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과 함께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부호들의 해외 부동산투자처로 사랑받는 곳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 등 국내 인사들도 이곳 콘도 구매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최근 비영리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의 존재를 들킨 대기업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와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도 호놀룰루시 카피올라니란 지역에 고급 콘도를 샀다. 국내 재벌가와 재계 인사들은 왜 하와이로 몰려갈까?
기본적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이유로 꼽힌다. 매입해 별장으로 이용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환금성’(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목적에 맞게 쓰다 매각하기가 쉽다. 미국 다른 주에 비해 재산세도 적고, 투자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부동산에 먼저 눈을 뜬 일본의 재력가들이 1980년대 왕성히 투자했고, 1990년대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로 매물이 쏟아질 때 미국인들의 매입도 본격화했다. 콘도 소유주 목록에 한국인들의 이름이 늘기 시작한 게 이즈음이다.
자연히 현지에 ‘중개업’도 발전했다. 단순한 부동산 중개를 넘어서, 투자처 물색은 물론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조세회피와 익명성 보장 등의 ‘혜택’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해주는 업자들이 생기고 점점 업태가 발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페이퍼컴퍼니와 같은 해외법인을 통해 한두 단계 거쳐 매매할 경우 국내에선 포착되지 않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의 부동산 매매 과정은 이 ‘장점’을 잘 보여준다. 1996년 한화의 일본법인 직원이었던 황 사장은 본인 명의로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쿡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그즈음 하와이의 부동산 중개인을 사장으로 내세워 같은 이름의 회사를 하와이에 세웠고, 황 사장의 페이퍼컴퍼니가 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했다. 호놀룰루의 콘도는 이 회사 명의로 샀다. 이후 한화재팬에 매각됐고, 43만달러의 수익은 황 사장 쪽으로 전달됐다.
결과적으로 1997년 황 사장 쪽에서 콘도를 매입할 당시 계약서에는 황 사장 실명이나 ‘한화재팬’과 같은 한화 쪽 법인 이름 등 한국과 관련된 단서를 바로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 한화 쪽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이유를 아예 “하와이 부동산 업자들의 권유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배후의 실소유주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러 단계를 거친 매매 과정 탓에 진위는 공개된 서류만으론 밝히기 어렵다.
이런 ‘중개업’을 체계적으로 대행해주는 곳이 이번에 뉴스타파 보도의 근거 자료가 된 ‘포트컬리스트러스트넷’(PTN), ‘코먼웰스트러스트’(CTL) 같은 곳들이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시아 대표는 “이들 업체들은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부동산투자는 물론 펀드 등 금융투자를 통한 자산운용, 세무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해준다. 이번에 ‘하와이 부동산’이 드러난 케이스의 경우 콘도 한 채 사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기보다는 익명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설립해 운용한 것 중 일부 거래가 드러난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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