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부품조달’ 비리 온상
이번 사건에 관련된 기관은 제어케이블을 입찰 방식으로 주문한 ‘원청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협력업체’인 케이블 공급업체, 데이터를 조작한 국내 시험기관, 납품된 제품의 서류를 검토하는 한국전력기술 4군데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관련 업체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제어케이블 납품 과정은 케이블 공급업체-국내시험기관-한국전력기술-한수원의 구조로 이뤄진다. 공급업체가 시험기관에 제품 인증을 의뢰해 받은 시험성적서를 첨부해 한수원에 제출하면 한국전력기술이 이 서류를 검토하고, 한수원에 최종 납품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들 사이의 유착 의혹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국내 시험기관에서 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기관과 케이블 공급업체 간의 유착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전 1기당 케이블 납품 규모는 각각 30억원 규모로 작지 않은 액수다.
원전 부품 유출, 한빛(영광)원전 5·6호기 품질검증서 위조에 이어 이번의 6개 검증기관의 시험성적 위조까지 원전 산업계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폐쇄적인 (부품 조달) 구조’를 꼽는다.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번 한수원과 거래를 트게 될 경우 최소 3년 이상 ‘먹을거리’가 생기기 때문에 유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중요한 부문인 탓에 특정 업체들의 장기간 ‘과점’ 개연성도 짙다. 발전소 안전인증 등을 담당하는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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