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69개 새로 만들어져
롯데, 순환출자 고리 가장 많아
10대 재벌 총수일가 지분율
2년 연속 1% 미만 머물러
최태원·정몽준·이건희 일가 ‘미미’
롯데, 순환출자 고리 가장 많아
10대 재벌 총수일가 지분율
2년 연속 1% 미만 머물러
최태원·정몽준·이건희 일가 ‘미미’
국내 재벌의 순환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근 5년 동안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대 재벌의 총수일가 지분이 2012년 이후 2년 연속 1%에 미달해,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만 갖고도 계열사간 순환출자에 의존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기형적 소유구조가 상위 재벌일수록 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62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재벌)의 주식소유 현황을 공개하면서, 총수가 있는 43개 재벌 가운데 14곳이 12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고, 이 중 56%(69개)는 2008년 이후 새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룹별로는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가 51개로 가장 많고, 동양(17개), 삼성(16개), 영풍(10개)이 뒤를 이었다. 롯데는 순환출자 고리의 63%가 직전 5년간 새로 만들어졌다.
또 지난 1년간 계열사간 순환출자 지분율이 높아지거나, 새로 순환출자가 형성돼 순환출자 구조가 심해진 재벌은 롯데, 현대, 현대백화점, 동양, 현대산업개발 등 5개에 달했다. 반면 순환출자 구조가 개선된 재벌은 한진, 동부 등 2개에 그쳤다. 순환출자는 재벌의 A계열사가 B계열사에 출자하고, B계열사가 다시 C계열사에 출자하고, C계열사가 다시 A계열사에 출자하는 순환방식을 통해 총수가 A사의 지분을 조금만 가져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소유구조다.
공정위는 순환출자가 합병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상법상 상호출자 규제 회피, 주력기업의 지배력 유지,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을 위해 악용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라의 경우, 경영이 어려운 한라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만도가 자회사인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마이스터가 다시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 예다. 공정위는 또 전경련의 순환출자 규제 반대 이유에 해당하는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재벌의 순환출자를 규제하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오는 기업의 인수가 불가능해지고, 외국자본이 인수할 경우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고 주장해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날‘대규모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형성 과정과 배경’ 보고서(작성 이은정)에서 삼성, 현대차 등 13개 그룹의 81개 주요 순환출자를 분석한 결과 승계 목적이 35.7%로 가장 많고, 다음은 계열사 지원(23.2%), 소유권 강화(16.1%)의 순서라고 밝혔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총수가 적은 지분만 갖고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활용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부실 계열사 지원, 3·4세로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위험성이 높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6월 국회에서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또 총수가 있는 43개 재벌의 내부지분율(총수일가와 계열사 지분 합계치)은 54.8%로 지난해보다 1.3%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4.4%로 0.2%포인트 증가한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48.2%로 1.4%포인트 감소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가장 적은 재벌은 에스케이(SK)로,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이 0.69%에 불과했다. 그 다음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일가(1.0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1.27%), 현재현 동양 회장 일가(1.38%)의 순서였다. 또 10대 재벌의 총수일가 지분은 0.99%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에 미달했다. 총수가 있는 43개 재벌의 소속 계열사 1519개 가운데 1114개(73.3%)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단 한주도 없었다.
또 삼성, 현대차 등 16개 재벌의 55개 금융·보험회사가 다른 계열사 141곳의 주식을 갖고 있어, 총수일가가 금융계열사의 고객 돈을 지렛대로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폐해가 여전했다. 실제 삼성, 동부, 현대, 동양 등은 금융보험사가 순환출자의 핵심을 이룬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고려대 교수)은 “총수가 쥐꼬리 같은 지분만으로 재벌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순환출자 규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강화, 재벌 소속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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