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 무더기 정지’ 대책
기업들 “수출품 납기 곤란” 호소
‘원전관리 부실’ 탓 기업·시민 불편
기업들 “수출품 납기 곤란” 호소
‘원전관리 부실’ 탓 기업·시민 불편
불량 제어케이블 사건으로 원자력발전소 3기가 정지되며 올 여름 극심한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들에게 최대 15%의 절전 의무를 부과하고, 냉방온도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놨다.
윤상직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원전 3기 정지로 올해 8월 둘째 주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예비전력이 -198만kW까지 내려가는 전력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자가발전기 활용 등 가능한 전력공급량을 최대한 짜내고, 전력 수요 감축 등을 통해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8월 둘째 주 예비전력을 442만kW 확보할 방침이다.
예상치 못한 원전 3기의 정지에 따른 것이라 대책은 기존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들과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우선 지난 겨울에 이어 기업들의 의무 절전을 올 여름에도 실시한다. 계약전력 5000kW 이상 쓰는 기업 2836곳(공장)에 8월5일부터 30일까지 하루 4시간(오전10~11시, 오후2~5시) 3~15% 절전 의무를 부과한다. 지난겨울엔 최대 10% 절전을 의무화했다. 의무 절전량은 지난해 같은 달 전력소비량을 기준으로 업종별 특성에 맞게 부과된다. 24시간 돌아가는 석유화학은 의무 절전량이 작고, 조업 조정이 가능한 제철 업체들은 절전량이 높을 전망이다. 의무 절전을 게을리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7~8월 오후 2~5시 사이에는 전국 6만8000개 건물의 냉방온도가 26도로 제한된다. 지난해 겨울 단속대상 476개(대형건물)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3~4층 규모의 건물도 모두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문 연 채 냉방을 하며 영업하는 행위도 단속한다. 올해는 시범기간 없이 바로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의무 절전 대책으로 당장 전력소비를 줄여야 하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출품 납기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애로사항이 생기고 일정부분 손해가 예상되지만 정부 정책에 협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공공기관의 전력사용량도 최대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윤 장관은 “국민 여러분과 기업들이 많이 힘드실 것 같아 죄송한 마음 금치 못한다. 내년부터는 신규발전기 준공으로 전력난이 해소될 전망이니, 이번 한번만 적극적인 절전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정홍원 국무총리는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며,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라고 지시했다. 애초 정 총리는 국민들에게 전력 대란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절전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담화문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내부 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조사 발표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이번 일로 인해 굉장히 화가 많이 나 있다.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보다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게 선결 문제”라고 밝혔다.
이승준 길윤형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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