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원전 비리 전면조사’ 파장
한수원-부품업체-시험기관
부품 300만개 이해 얼키설키
한전 분리뒤 폐쇄구조 굳어져
MB정부 ‘외연 치중’ 화 키워
한수원-부품업체-시험기관
부품 300만개 이해 얼키설키
한전 분리뒤 폐쇄구조 굳어져
MB정부 ‘외연 치중’ 화 키워
원자력 산업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외부의 감시 없이 이른바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폐쇄적인 구조 속에 운영돼왔기 때문이다. 2011년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납품 비리를 시작으로 최근 불량 제어케이블 납품 비리까지 곪았던 게 하나둘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원전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간다고 31일 밝혔다.
국내 전력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은 1기당 건설비용이 2조~3조원, 부품만 300만개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또 설비 교체와 정비, 안전점검 등을 위해서도 주기적으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들어간다. 유일한 ‘원청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발주한 일감을 약 300개의 납품·용역업체가 나눠 갖는 구조다. ‘전문 영역’이라는 이유로 진입장벽이 높고 외부 감시로부터도 자유롭다.
한수원 퇴직자들이 납품업체를 차리거나 재취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리돼 나온 뒤 10여년 동안 이런 폐쇄적인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전 안전 검증 용역을 시작해보려 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한수원 퇴직자들을 채용한 몇몇 업체가 시장을 꽉 쥐고 있어 진입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런 ‘공생관계’에서 한수원과 납품업체, 시험기관 사이의 상시적인 유착 가능성이 발생한다. 이번 불량 제어케이블 납품과 시험성적서 위조에 대기업인 엘에스(LS)전선의 계열사인 제이에스(JS)전선과 안전 검증을 담당해야 할 시험기관인 ‘새한티이피’가 연루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원전 수출 등 외형적인 확대에만 집중하며 이런 문제가 더욱 곪아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2월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은폐 사고를 시작으로 △한수원 임직원 22명 납품비리로 구속(7월) △한빛(영광)원전 5·6호기 품질검증서 위조 사건(11월) 등 연이어 사고와 비리가 터져도 정부는 “재발 방지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12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관련자들을 징계·처벌하는 데 그쳤을 뿐 근본적인 원전 비리 조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엠비정부에서 원전 수출 등 이런저런 해외사업을 벌이고 외형만 확대했지 정작 국내의 원전 안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제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확실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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