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국외투자, 2002년부터 이미 외국인 직접투자 넘어서
입법저지 공세 강화…설득력 약한 근거 내세워 ‘견강부회’
입법저지 공세 강화…설득력 약한 근거 내세워 ‘견강부회’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가 6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앞두고, 최근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급속 악화돼 생산기지를 집단적으로 해외이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4일 “최근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는 경제 엑소더스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며, 법인세 증세 논의, 과도한 기업 규제, 납품단가 조정 어려움, 엔화가치 하락, 높은 생산요소 비용, 경직적 노사관계, 반기업 정서 확산을 7대 근거로 꼽았다. 전경련은 또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 투자가 236억달러에 달한 반면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는 5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한국경제의 엑소더스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해외직접 투자는 글로벌 경영 강화 추세에 따라 이미 2002년부터 외국인 직접투자를 상회했다는 점에서,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 강화 탓으로 돌리는 것은 견강부회 성격이 짙다.
또 전경련이 꼽은 경제 엑소더스 7대 근거도 상당수가 무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경련은 최근 주요 선진국들이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으나, 한국만은 비과세 및 조세감면 축소·폐지와 일부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 추진 등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도 이미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춰,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4%((2012년)보다 낮은 상태다.
전경련은 또 과도한 기업규제 근거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2년도 한국의 정부규제 부담 및 규제개선 효율성이 비교 대상 142개국 가운데 각각 114위와 96위에 불과한 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 발표 중에는 기업경영윤리(56위), 기업 이사회 유효성(121위), 소수주주 이익 보호(109위), 투자자 보호 강도(65위) 등과 같이 기업 규제 강화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상당히 많다.
전경련은 이밖에 지난 4월 국회에서 하도급법 개정으로 부당 단가인하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서 판매가 인하, 원사업자(대기업)의 경영적자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단가인하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법 개정 취지는 대기업이 자신의 경영부담을 중소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부당한 단가인하, 발주 취소, 반품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대상이어서, 대기업이 공정거래를 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전경련은 더불어 경직적 노사관계의 근거로 지난해 우리나라 노사 협력 순위가 129위로 최하위권이고,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가 30.2일로 독일(0.7일), 홍콩(0.1일) 등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안좋은 것은 원칙적으로 노사 공동의 책임이다. 전경련은 국민의 기업호감도가 2012년 하반기 49.8로 4년 이래 최저 수준이라며, 양극화에 대한 대기업 책임론과 경제민주화 법안이 반기업 정서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기업 정서의 근본원인은 남양유업사태에서 나타나듯 경제적 강자인 갑의 부당한 횡포 때문이고, 경제민주화 법안은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전경련은 인과관계를 뒤바꿔놓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전경련의 주장은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가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자 한국경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강조하며 대기업 해외이전 가능성으로 위협하던 것과 동일한 수법이다. 대기업들은 국민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변화를 거부할 경우 아이엠에프 사태 같은 위기를 자초한다는 20여년 전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앞으로 6월 국회에서의 경제민주화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공세를 더욱 높일 태세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남양유업 사태, 씨제이 비자금 수사, 뉴스타파의 조세회피지역 페이퍼컴퍼니 폭로 등으로 미뤘던 기자회견을 오는 11일 가질 예정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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