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주도로 수입하는데
민간기업 수입 쉽도록 법안 추진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 시장서
다수 경쟁으로 가격낮춰질지 의문
되레 대기업 시장지배력 높아지고
가정용 도시가스요금 인상 우려
민간기업 수입 쉽도록 법안 추진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 시장서
다수 경쟁으로 가격낮춰질지 의문
되레 대기업 시장지배력 높아지고
가정용 도시가스요금 인상 우려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국가스공사 주도로 이뤄지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대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공기업-민간기업 경쟁체제’ 방식을 두고 가스 요금 인하 대신 일부 대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전력산업에도 “경쟁을 도입해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전기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책 취지와 달리 전력난 속에 일부 대기업들의 수익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전력 이어 가스도 경쟁체제로? 국외에서 100%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도시가스’라는 이름으로 가정·산업체(공장)·발전소 등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약 3800만t를 수입했는데, 도매 사업자인 가스공사가 95%를 담당하고, 에스케이(SK)와 포스코 등이 5%가량을 발전소와 제철소 원료로 수입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의 안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민간기업이 엘엔지를 수입해 정해진 용도로 쓰고 남는 경우, 국외로 재판매하거나 다른 수입업체에 팔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간기업들의 엘엔지 수입이 쉬워진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그동안 민간 엘엔지 수입업체들은 너무 많은 양을 수입해 남으면 처분할 수가 없어 도입량을 섣불리 늘리지 못했다. 개정안이 민간 엘엔지 수입업체들의 이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셈이다.
■ 다수 경쟁으로 가격 싸질까? 김한표 의원은 개정안 발의 취지로 “경쟁을 통해 가스공사의 독점을 해소하면 가스를 싸게 수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엘엔지 국제 수입시장은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다. 따라서 다수의 기업이 경쟁해도 수입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기업 민영화를 연구해온 안현효 대구대 교수(일반사회학)는 “가스 수입은 가스전 개발부터 참여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시장이 경직돼 있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곳이다. 다수의 기업들이 경쟁한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포스코(55만t)와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60만t)의 장기 도입 계약 이후 민간기업의 천연가스 실제 도입은 아직까지 지에스(GS)칼텍스 1건에 불과하다. 다른 기업들도 수입을 검토해왔지만, 2005년 이후 3배나 폭등한 비싼 천연가스 가격 탓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가스공사가 국가 전체의 수급에 따라 수입한 물량을 받아왔다.
경쟁체제 전환은 미국발 ‘셰일가스 돌풍’을 염두에 두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량 증대로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판매자 중심의 시장이 구매자 중심으로 바뀌고, 다수가 경쟁할수록 가스 수입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셰일가스 증산에 따른 엘엔지 가격 인하 효과는 여전히 논쟁중이다.
■ 소비자 요금은 오히려 인상 우려 가스 수입시장을 경쟁체제로 만드는 게 도시가스 소매 업체들의 경영난과 소비자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신 대기업들은 가스산업에서도 도소매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민자발전소의 원료도입 단가를 낮추는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소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도시가스협회는 2008년 9월 “대기업들의 엘엔지 직수입이 대폭 확대되면, 도시가스 소매 가격이 최대 467.6%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분석한 당시 보고서는 전국 7개사가 공급하는 난방요금이 1㎥당 45~610원씩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민간기업들이 산업용으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 그동안 산업용 공급을 담당해온 소매도시가스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도시가스 소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직수입이 확대되면 천연가스를 많이 쓰는 기업들이 직접 수입 물량을 늘릴 것이고, 이에 따라 소매 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된다. 이는 가정용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안현효 교수는 “민간 기업들의 가스 수입을 확대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이 예상된다. 셰일가스 효과 등 여러가지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경쟁 도입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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