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수입에 민간기업 참여를 확대하려는 배경에는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비싸게 사온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민간기업과 경쟁해 가스 수입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국가 전체의 수급을 책임져야 하는 가스공사의 역할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가격을 비교하면 한국가스공사가 에스케이(SK)나, 포스코 등의 대기업보다 비싸게 수입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천연가스 1t를 들여오는데 가스공사는 92만원을 에스케이이앤에스는 39만원에 수입했다. 민자발전사인 에스케이이앤에스는 2004년 인도네시아 탕구와 20년 계약을 맺고 매년 60만t을 직접 수입한 탓이다.
하지만 2000~2004년 사이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가격 차이가 가스공사의 독점이나‘무능력’때문에 빚어진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2005년 이후에도 겨울철 난방 수요 등을 고려해 가스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4년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할 당시 정부가 가스산업 구조개편(경쟁체제 도입) 등을 고려해 가스공사의 수입을 막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겨레>가 2000~2004년 가스공사의 내부문서를 확인한 결과 가스공사는 당시 산업자원부와 정부에 “신규 물량 계약을 해야한다”고 요청했지만 결국 제때 천연가스 도입계약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04년 사이 국제 앨엔지 시장은 물량이 넘쳐나 가격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쌌던 시기였다. 현재 엘엔지 1mmbtu(25만kcal의 열량을 내는 가스 양·국제단위) 당 가격은 14~15달러 사이인데 2004년 당시에는 3~4달러 수준으로 가스공사도 싸게 장기계약을 맺어 수입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이다. 내부 문서 확인결과 가스공사는 2000년 초반부터 거의 매달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엘엔지 시장이 구매자 시장(바이어스 마켓)에서 판매자 시장(셀러스 마켓)으로 전환될 것이다. 수급을 고려해 저렴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사자원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난다. 당시 정부는 가스공사의 요청을 왜 외면했을까?
이종훈 가스공사 노동조합 지부장은 “정부가 가스산업 민영화·경쟁체제 도입 등을 염두해두고, 가스공사가 수입해야 할 물량을 승인하지 않고 민간기업과 발전자회사들의 직수입을 열어주려고 한 것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당시 가스공사 간부(퇴직)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정부가 엘엔지 수요를 과소하게 예측했는지, 계속 가스공사 수입계획을 퇴짜 놓더라. 가스공사는 할 만큼 다했다고 생각한다. 당시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쌌던 시기가 없었는데 이후 국제시장이 변하며 가스공사가 비싸게 가스를 사오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에스케이와 포스코는 당시 1mmbtu당 4달러에 계약한 뒤 이후 계약 실적이 없다.
민간기업은 한번 싸게 수입한 뒤 가격이 오르자 추가 계약을 안했지만 국가 전체의 수요를 책임져야하는 가스공사는 그 뒤로도 비싼 가격에 가스를 도입했다. 2006년 국정감사 당시 김형주 의원(열린우리당)과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2004년 가스공사 장기계약에 대한 정부의 불허로 17조원 가량의 국가적 손실을 봤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싼 가격에 수입할 수 있던 기회를 놓치고 이후 비싼 가격에 가스를 들여온 것을 단순히 추가비용으로 계산하면 8조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천연가스 가격이 비싸자 직도입을 하겠다는 기업들은 직접 수입을 포기하고 가스공사가 수입한 물량을 공급받은 사례도 있다. 지에스(GS)는 2007년 직도입을 추진하다 당시 국제시장의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직접 수입을 철회하고 가스공사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았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시 지에스가 직도입을 철회하며, 가스공사가 그 물량을 메우기 위해 추가 스팟 거래(소량으로 거래)로 엘엔지를 수입하며 약 9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당장 필요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비싼 가격으로 가스를 수입했다는 것이다. 이후 정부는 민간기업의 엘엔지 직도입 철회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송 위원은“민간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가스 수급에 불안이 커질 것이다. 가스는 겨울철에 수요가 치솟고, 여름에 수요가 떨어지는 특성이 있는데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민간기업들이 이를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국가 전체의 수요를 고려해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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