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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파이프 숲’ 새는 열·전기 잡아라

등록 2013-06-30 20:46

27일 충남 서산 대산읍에 위치한 엘지(LG)화학 엔시시(NCC·나프타 분해설비) 공장에서 이두봉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진단팀장(왼쪽)이 오연택 엘지화학 엔시시 생산팀 과장(가운데) 등과 한달 전에 설치한 열교환기 설비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27일 충남 서산 대산읍에 위치한 엘지(LG)화학 엔시시(NCC·나프타 분해설비) 공장에서 이두봉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진단팀장(왼쪽)이 오연택 엘지화학 엔시시 생산팀 과장(가운데) 등과 한달 전에 설치한 열교환기 설비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 진단 현장

대형사업장 열소비 진단 의무화
화학공장 에너지 절감방안 찾아
열교환기 통해 폐열 회수하고
공장 전력소비 최적화 초점
엘지화학, 폐열 재활용 연50억 절감
27일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정문을 들어서자 우뚝 솟은 증류탑과 빽빽한 파이프라인의 숲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회색과 은색이 뒤섞인 공업단지는 굴뚝에서 나오는 흰색 수증기에 휩싸여 있었다. 이두봉 에너지관리공단(공단) 에너지진단 팀장은 “공장의 복잡한 구조에서 새나가는 열과 전력을 찾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게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단 에너지진단팀이 찾은 곳은 지난해 이맘때 에너지진단을 받은 엘지(LG)화학 대산공장이었다.

정부는 2007년 연간에너지소비량 2000 TOE(석유환산톤·1TOE=1000만㎉) 이상 사업장은 5년에 한번 공단이나 일반 진단기업을 통해 에너지효율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엘지화학 대산공장은 자체 노력과 공단의 진단을 통해 지난해 약 57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얽히고설킨 파이프라인의 숲에서 어떻게 ‘새는 에너지’를 잡아내는 것일까?

석유화학 업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쓰고 남은 폐열(스팀)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엘지화학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팀장은 ‘선과 선’으로 이어진 복잡한 공장의 구조도를 꺼냈다. “석유화학 공장의 특성상 열소비가 가장 큽니다. 먼저 도면을 보고 폐열이 어디서 그냥 사라지는지 추적합니다.” 도면에서 ‘포인트’를 찾으면 이 팀장을 비롯해 5명의 진단팀 직원들이 공장 곳곳을 누비며 폐열과 전력 사용량 수치를 확인하며 한달 동안 에너지 절감 방안을 찾는다.

이 팀장은 엔시시(NCC·나프타 분해설비) 파이프라인 설비를 찾아 한켠에 설치된 길이 6m, 지름 1.5m 규모의 원형 열교환기를 점검했다. 에너지 진단 당시 이 팀장이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한달 전에 설치된 설비였다. 열교환기는 석유에서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다른 공정으로 보내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김준호 엘지화학 기술시너지팀 부장은 “열교환기를 통해 160도의 폐열 8t을 회수해 다른 공정에 쓰고, 시간당 2㎿의 전력을 사용하는 순환펌프 가동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열을 생산하기 위해 드는 기름과 전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또 엘지화학은 공정 중에 발생하는 폐열을 주변 다른 공장의 물을 데우는 데 공급·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버리는 폐열로 연간 5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최근 계속되는 전력난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됐다. 조업시간 조정, 자가발전기 가동 외에도 공단의 에너지진단팀과 엘지화학은 공장의 전력소비를 최적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이 팀장은 “보통 공장의 모터는 정격 용량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실제 공장을 돌리면 정격 용량의 80%만 작동해도 무방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 100m를 끌어올리는 펌프를 예로 들면, 진단팀은 공정에 맞게 80m만 끌어올릴 수 있게 설비값을 조정하는 것이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대상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에 대한 결단도 필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를 거둬야 하고, 공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시설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 설비 투자비를 1~2년 안에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창식 엘지화학 공장장은 “1년 매출이 6조인 공장의 에너지 비용만 약 9000억원이 들어간다. 국가적인 에너지 절감 노력에 동참하는 의미도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에너지 절감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엘지화학은 2014년까지 단계별로 에너지 절감 투자를 진행할 예정인데, 설비 투자 외에도 공장 직원들이 폐열이 새는 것으로 의심되는 위치를 현장 사진과 함께 제보하는 내부게시판도 운영중이다. 남 공장장은 “공장이 넓다 보니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있는데 직원들 제보로 스팀 1t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웃었다.

서산/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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