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서면약정 등 가이드라인 마련
냉동식품을 제조하는 한 식품업체는 최근 경기가 악화되자 대형마트에 파견한 판촉사원을 철수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매출 유지를 이유로 판촉사원 철수에 반대하면서 말을 안들으면 거래를 끊겠다고 으름짱을 놓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대형마트는 마치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판촉사원 파견을 요청한 것처럼 서면약정서를 허위 작성하도록 요구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응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대형 백화점은 가공식품의 매출 신장을 위해 판촉사원을 지난해보다 늘리기로 하고, 납품업체별로 판촉사원을 할당했다. 또 납품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판촉사원 파견을 요청한 것처럼 허위로 계약서를 꾸몄다.
앞으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교묘한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며 납품업체들에게 판촉사원 파견을 강요하는 게 어려워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법을 위반해 납품업체들로부터 판촉사원을 파견받는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납품업체 종업원 파견 및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해 특별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다만 대형 유통업체가 인건비를 부담하거나,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하거나, 특수한 판매기법이나 능력을 지닌 숙련된 종업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판매촉진과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납품업체로부터 관행적으로 판촉사원을 파견받고 있어 원성이 크다.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업체 파견사원은 2011년 말 현재 14만7000여명으로, 2009년의 9만5900여명에 견줘 2년 사이 53% 증가했다.
가이드라인은 우선 대형 유통업체가 겉으론 판촉사원의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부담하는 것처럼 하면서, 뒤로는 납품업체에게 단가인하를 요구하거나, 판매장려금·광고비 등을 추가로 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판촉사원 파견을 하고도, 형식적으로 납품업체에게 자발적 파견 요청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행위도 금지된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시식, 시연, 판매대금 수령 등을 위해 판촉사원을 파견받는 행위도 막았다.
가이드라인은 또 대형 유통업체들에 파견조건에 대한 서면약정을 사전에 맺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납품업체의 판촉사원에게 판매목표 달성을 강요하거나, 대형 유통업체의 업무에 활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공정위의 송정원 유통거래과장은 “판촉사원 파견으로 인한 납품업체의 부담이 납품원가의 5~8%에 달한다. 앞으로 대형유통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납품업체 판촉사원을 파견받는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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