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매물 부족·재계약 증가로
최근5년 집값 10%·전셋값 31% 올라
“하반기 매매 수요 증가” 전망도
최근5년 집값 10%·전셋값 31% 올라
“하반기 매매 수요 증가” 전망도
두 아이를 둔 직장인 정아무개(43)씨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전용면적 84㎡(방 3개) 규모 아파트 전세를 4억원에 재계약했다. 전셋값이 2년 전보다 1억원가량 뛰어올라 이사를 갈까도 고민했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아이들 교육을 위해 눌러앉기로 하고 부족한 전세금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이 아파트의 매맷값은 6억5000만원으로 전셋값과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수억원의 빚을 내서 구입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게 정씨 얘기다.
전셋값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평균 비율이 10여년 만에 최고치인 57%에 바짝 다가섰다. 7일 케이비(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6.7%로 2002년 11월(56.3%) 이후 10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한강 이북 14개구가 58.5%로 이남 11개구 55.3%를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1년 9·10월 64.6%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당시 외환위기 이후 2~3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었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집값이 급등하자 2009년 1월 전세가율은 38.2%까지 내려가 바닥을 찍었다. 이후에는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오름세를 이어가 지난해 1월 51.0%를 기록했고, 1년6개월 만에 다시 5.7%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매맷값은 제자리걸음인 데 견줘 전셋값 상승률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6월 기준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30.98% 뛰어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인 10.21%의 3배에 이른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2009년 3.39%, 2010년 7.12%, 2011년 12.3%, 2012년 3.52%, 2013년(상반기) 1.72% 등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2.75%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 전세매물 부족과 재계약 등 수요 증가,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 심화 등을 꼽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저리의 전세대출에 나서면서 집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전셋집에 머물고 있는 현상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는 전세 수요의 일부가 매매 수요로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 전세로 거주할 때 드는 대출금 이자, 이사비용(중개수수료, 이사비) 등의 부담이 커진 데 반해 주택 구매에 따른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면제받고, 6억원 이하 또는 전용 85㎡ 이하 주택은 5년 간 양도소득세도 안 내는 만큼 하반기에는 전세에서 매매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집을 샀다가 자칫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인해 무주택자들의 매매 전환 증가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가격 비율이 60% 수준이지만 매수 수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미 전세보증금에 10~20%의 대출이 끼어 있어 전세 거주자들이 추가 대출을 받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값이 지금 수준보다 더 떨어져야 본격적인 매매거래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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